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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틴문학 거장’ 푸엔테스, FBI에 20년 동안 감시당했다
[헤럴드생생뉴스] 미국 정부가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거장인 멕시코의 고(故) 카를로스 푸엔테스를 공산주의자 및 피델 카스트로 동조자라는 이유로 20년간 감시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미국 국무부가 1960년대부터 20여년간 푸엔테스를 면밀히 감시했고 최소 2차례 그의 미국 입국을 거부한 점이 FBI가 최근 공개한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미국 정부는 문건에서 푸엔테스를 ‘멕시코의 유력 공산주의 작가’, ‘오랜기간 위험분자들과 관계를 맺어온 유명 멕시코 소설가’로 묘사했다.

1962년 기록된 문서를 보면 푸엔테스는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던 리처드 굿윈과의 TV 토론에 초대돼 미국에 입국 비자를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멕시코 주재 미국 대사관에 따로 지시가 내려갈 때까지 입국 비자를 내어주지 말라고 명령한 것으로 기록됐다.

푸엔테스는 이런 식으로 1960년대 최소 2차례 미국 입국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다.

또 푸엔테스가 미국 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한 이후인 1970년 10월엔 그를 감시하기 위해 컬럼비아와 뉴욕대에 정보원이나 소식통을 심어둘 것을 내부적으로 제안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FBI는 국장에게 보고된 해당 문건에서 “푸엔테스가 작가로 유명하고 언론들의 괜한 관심을 끌 수 있으니 적극적인 조사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푸엔테스를 경계하던 미국 정부는 1980년대 들어선 태도를 바꿔 그를 ‘저명한 작가’로 묘사하고 하버드대에서도 교편을 잡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당시 미국 당국은 비자 허가서에서 “푸엔테스가 1960년대 초반 금지단체에서 활동해 입국 부적격자로 여겨진 적도 있으나 ‘20세기 뛰어난 멕시코 작가’라는 점에서 하버드에 갈 수 있는 비자를 받아야 한다”고 기록됐다.

FBI는 푸엔테스 관련 문서를 뉴욕시립대 학생매체인 ‘NY시티 뉴스 서비스’의 요청에 따라 정보공개법에 근거해 공개했다.

지난해 83세 일기로 숨진 푸엔테스는 중남미를 대표하는 작가로 ‘올드 그링고’,‘미국은 섹스를 한다’ 등의 명작으로 미국 문학계에도 이름을 널리 알린 인물이다. 그는 한때 쿠바의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를 지지하는 등 공산주의자로 여겨졌으나 이후 하버드와 프린스턴, 컬럼비아 등 미국 대학에서 교편을 잡으며 온건 좌파 지식인으로 자리매김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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