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중유럽 3國대사 특별 좌담회
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 EU가입 발판유로존 위기속 4%대 건실한 성장 지속
러·인도 맞먹는 거대 소비시장 발돋움
경제개혁·제도혁신 투자 신대륙 매력
“공산주의로부터 해방된 지 20년 남짓된 중부유럽이 EU가입을 발판으로 유럽 진출의 새로운 베이스캠프로 떠오르고 있다. 유로존 위기로 어려운 유럽시장 공략을 공략해야 하는 한국에게도 기회가 왔다.”
최근 열린 해외공관장회의에 참석해 귀국했던 중유럽국가 주재 대사들은 헤럴드경제와 가진 좌담회에서 “경제협력의 상대를 다변화하는 ‘동방정책’을 추진하는 만큼 우리 기업과 정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비제그라드(Visegrad) 그룹으로 불리는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중유럽 4개국은 현재 중국과 일본의 시장쟁탈전이 점입가경이다. 작년 4월 중국 원자바오 총리가 중동부유럽 16개국과 정상회의를 개최한 이후 정부의 탄탄한 지원 아래 농업과 제조업, 인프라 건설을 중심으로 중국기업의 중유럽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지난 16일 비제그라드 그룹과 정상회의를 갖고 원전 수출 등 에너지ㆍ안보 분야 협력을 위한 공동성명을 내놨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백영선 주 폴란드 대사는 “EU가 들어선 이후 국경 개념이 사라지면서 투자의 기준은 주요핵심 시장으로의 접근성과 인적 인프라가 됐다”고 설명한다. “그런 측면에서 EU 내 최대 경제권인 독일과 인접하고 물류 인프라와 노동력의 질이 뛰어난 중유럽 국가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국가의 수출 중 70~80%는 서유럽으로 향한다.
박상훈 주 슬로바키아 대사는 높은 노동생산성을 주목하며 “평균임금은 1000달러 수준이지만, 평균 1인당 국가총생산(GDP)은 1만9000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전체 유럽 연구개발을 책임 지는 R&D 센터를 폴란드 바르샤바 공대 앞에 세울 만큼 고급 기술인력도 풍부하다.
왼쪽부터 백영선 주 폴란드 대사, 박상훈 주 슬로바키아 대사, 남관표 주 헝가리 대사.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heraldcorp.com |
이들 국가는 2009년까지 4% 이상의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며 유로존 위기를 겪고 있는 서유럽 국가의 보완시장으로도 주목받는다. 러시아나 인도와 맞먹는 9000억달러대의 중동부 유럽의 소비시장을 이끄는 것이 바로 이들 비제그라드 그룹이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경제개혁의 성공과 제도적 혁신이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중유럽 국가들에 대해 “시장 자유화 등 1차 개혁뿐 아니라 대규모 사유화와 제도적 보완 등 2차 개혁도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남관표 주 헝가리 대사는 “EU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조세, 재정제도의 건전성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에 대한 보호 조치를 완비해야 한다”며 “이들 국가는 EU가 세계 각국과 맺은 투자보호협정의 내용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중국이나 동남아 등에서 기업들이 겪는 국유화나 수용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전했다. 이들 국가는 다국적기업이 현지에서 번 수입을 본국에 송금하는데 제한을 두지 않는다.
대사들은 특히 “이들 국가의 장기적 성장이 우리 기업에게도 이익이 되는 만큼 고용과 납세, 사회공헌 활동에서 재투자가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공학 발전을 위한 장기 프로젝트를 지역 대학과 공동으로 진행할 것을 조언했다.
중소기업에도 기회가 열려있다. 남 대사는 “이들 국가는 국영기업이 대부분이었던 공산권의 특징 때문에 중소기업이 붕괴했다”며 “우리 기업들이 적극성을 가지고 진출하면 이들에게 멘토도 되고 아무 걱정 없이 생산에 매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슬로바키아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좀 더 낮은 최소 투자금액을 제시하고 있다.
원호연기자/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