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Yes, We Can (그래, 우리는 할 수 있다)”이라는 구호가 “Yes, We Scan (그래, 우리는 감시한다)”으로 변질된 전대미문의 정부 주도 민간인 사찰 사건입니다.
이번 사건은 4년간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으로 일했던 에드워드 스노덴이라는 사람의 폭로로 시작됐습니다.
스노덴은 미국의 국가정보국(DNI)이 전자감시 프로그램인 ‘프리즘’을 통해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 등 미국의 IT 기업 서버에서 일반인들의 정보를 수집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처음 보도한 영국 가디언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전화와 컴퓨터망을 통해 첩보를 캐냈다며 단독 입수한 ‘첩보 지도’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CIA, DNI, NSA…. 복잡한 미국 정보기관의 얘기가 나오지만 중요한 것은 전세계 데이터의 80%가 미국을 경유했다는 사실입니다.
[사진=flickr.com] |
세계적인 IT기업인 구글, 페이스북, 애플의 북미 데이터 센터에 축적된 정보량은 가공할만한 위력을 갖고 있습니다. 전세계 24억명에 달하는 인터넷 이용자 대부분의 정보가 미국이라는 한 나라의 정보국에 모이는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사태를 수습한답시며 “정보 수집 대상은 비(非) 미국인일 뿐”이라고 말해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 되고 말았습니다. 독일과 중국 등은 미국에 공식적인 해명을 요구하며 압박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제 ‘빅브러더(감시자), 미국’의 논란은 비밀리에 수집한 데이터가 언제까지 유지되는가로 옮겨 붙고 있습니다.
미국 IT기업을 포함한 민간 기업 사이에서는 데이터 미니마이제이션(data minimizationㆍ데이터 보존기간 최소화)이라는 암묵적 합의에 따라 고객 정보 기록은 1~2년 안에 삭제되는 경우가 많지만 정부 차원에서 수집된 정보가 2년 내에 삭제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또 잘못된 데이터 분석이 초래할 2차 피해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인터넷 정보로 이용자의 취향과 행동, 정치적 성향을 알 수 있게 하는 알고리즘(연산)이 오작동 하게 되면, 잘못된 인물상을 만들어 개인 비방이나 사생활 침해, 더 나아가서는 범죄자나 테러리스트 명단에 자신도 모르게 이름이 올라가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IT강국’ 우리나라의 지난해 인터넷 이용자 수는 4700만명으로 조사됐습니다. 우리나라 인구 대부분의 개인 정보가 미국 정보국에 흘러 들어갔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강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습니다. 유럽이나 중국처럼 적극적인 해명 요구는 정녕 불가능한 일일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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