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으로 대규모 신흥국 자금 유출이 우려되는 가운데 신흥국 통화 가치가 속수무책으로 추락하고 있다. 인도 루피화가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달러당 1만 루피아 붕괴가 가시화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투자자자들이 달러 투자에 나서면서 신흥국 통화를 팔아치우고 있는 것이다.
JP모건 인도의 사지드 치노이(Sajjid Chinoy)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것은 인도만의 일이 아니며 신흥시장 전체가 피를 흘리고있다”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터키와 견줘본다면 인도는 중간 정도”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루피화는 10일 뉴욕외환시장에서 1.9% 하락한 달러당 58.15 루피로 장을 마감해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루피화 가치는 5월 이후 달러대비 7% 평가절하됐다. 이런 추세라면 달러당 60루피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11일 루피화 추락의 원인으로 미국 양적완화 출구전략 가능성과 인도 경제 기초 악화를 꼽았다.
신문은 미 양적완화 축소로 인한 달러자산 상승 기대감으로 인도 채권시장에서 지난 2주 20억 달러 이상이 빠져나갔다고 추산했다. 이 와중에 인도의 경상 적자도 국내총생산(GDP)의 6.7%로 확대됐다.
WSJ은 인도가 경상적자 해소를 위해 지난주 세공 금 수입 관세를 8%로 2%포인트 인상하는 등 조처를 했으나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DBS 뱅크의 싱가포르 소재 라디카 라오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부양을 위한 인도 중앙은행의 금리 추가 인하도 여의치 않다”고 지적했다. 루피화 폭락으로 인플레 압박이 다시 가중됐기 때문이다. 인도 중앙은행은 오는 17일 통화정책회의를 소집하지만, 이번에는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지속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는 루피아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루피아화는 올들어 계속 달러당 970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약세가 지속되면 조만간 달러당 1만 루피아 선도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 아구스 마르토와르도조 총재는 “5월에는 미국이 양적 완화를 조만간 끝낼 것이라는 관측으로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졌다”며 이에 대처하고 루피아화를 안정시키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