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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란 선임기자의 art&아트> 룩셈부르크 市공원에 ‘K아트’ 꽃이 피다
글로벌 아티스트 박은선, 유럽서 대규모 조각전 동시 개막
화강암 교차시켜 만든 삼각기둥
파워풀하고 기하학적 세련미
직선·곡선 결합 ‘동양정서’물씬

밀라노 인근 아트센터서도 초대전
유럽인들, 독특한 조형세계 호평



[밀라노(이탈리아)] 세계 무대를 향해 뛰는 작가들은 많다. 특히 해외에서 유학한 작가들은 너나없이 글로벌 아티스트를 꿈꾼다. 하지만 현지의 높은 벽을 뚫고, 작가로서 당당히 이름 석자를 각인시킨 예는 흔치 않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아티스트가 귀한 우리 미술계에서 유럽을 무대로 활동 중인 박은선(48)은 매우 돋보이는 존재다.

이탈리아 카라라국립대학을 졸업하고 현지서 작업하며 스위스ㆍ벨기에ㆍ독일ㆍ네덜란드 미술계로부터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고 있는 조각가 박은선은 지난 2009년부터 매년 10개 안팎의 굵직한 초대전을 소화해오고 있다. 그가 올여름 룩셈부르크 에스페랑주 시(市) 초대전과 이탈리아 밀라노 인근의 노바라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동시에 개막했다. 그중에서도 룩셈부르크 전시는 괄목할 만하다. 높이 6m에 달하는 초대형 신작 3점을 비롯해 5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메가톤급 전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약 7000만원에 달하는 전시비용 전액을 룩셈부르크 측에서 부담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떠오르는 ‘금융의 메카’에서 펼치는 조각전=박은선은 지난 7일 룩셈부르크 에스페랑주 시 공원에서 ‘휴먼 네이처 de 박은선’의 개막식을 가졌다. 드넓은 잔디광장에는 박은선의 6m짜리 세련된 돌조각 3점을 비롯해 3~4m 크기의 대작 등 18점이 설치됐다. 뿐만 아니라 인근에 위치한 갤러리에는 30점의 조각이 전시됐다. 오는 9월 말까지 이어지는 박은선의 룩셈부르크 전시는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시민들이 앞다퉈 찾는 도심의 핵에 해당되는 시(市) 공원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 측이 공원에서 동양 작가의 단독 전시를 초치한 것은 박은선이 처음이다.

박은선은 “벨기에, 독일과 인접한 강소국인 룩셈부르크는 떠오르는 금융의 메카로, 최근 들어 현대미술에 적극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다른 유럽 국가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동양 작가의 대형 전시를 열어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복안 아래 작가를 찾았는데 유럽에서의 내 활약을 눈여겨본 현지 관계자에 의해 발탁되는 행운을 얻었다”고 했다.

명암이 교차되는 화강석을 띠처럼 이어붙여 거대한 삼각뿔 모양의 기둥으로 만든 박은선의 신작은 종전 작품보다 한결 파워풀하고 세련돼 호평을 받고 있다. 기하학적인 세련미와 함께 음과 양, 직선과 곡선이 하나로 결합되며 동양적 정서를 확보하고 있어 ‘동양적 추상조각’으로 불리고 있는 것.

이미 벨기에 스위스 독일 네덜란드에서 크고 작은 초대전을 개최한 바 있는 박은선은 이번 룩셈부르크 전시를 계기로 이 지역에 자신의 조각세계를 더욱 확실히 뿌리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탈리아에서 21년째 작업 중인 조각가 박은선이 유럽의 ‘신흥 금융메카’ 룩셈부르크에서 초대전을 개막했다. 에스페랑주 시(市) 공원에 설치된 6m 높이의 돌조각 ‘무한한 기둥’옆에서 박은선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밀라노 인근의 대형 아트센터에서도 개인전=룩셈부르크에서의 전시 오프닝을 열기가 무섭게 박은선은 남쪽으로 차를 일곱시간 넘게 몰아, 이탈리아 밀라노 인근의 노바라에서 8일 오후 6시 전시 개막식을 또 가졌다. 노바라 시에 위치한 마테리마 코페르니코(대표 니콜라 로이)에서 ‘박은선-새로운 형태’라는 타이틀로 초대전을 연 것이다. 마테리마 코페르니코는 대규모 야외 조각전시장, 스튜디오, 실내갤러리, 레지던스를 갖춘 복합문화센터이다.

이곳에서의 초대전에 박은선은 최근 제작한 타워형의 간결한 신작을 비롯해 모두 20여점의 작품을 내놓아 비평가 및 애호가로부터 “종전 작업에서 훨씬 진일보한 면모가 돋보인다”는 평을 들었다.

박은선은 “K-팝이 유럽 전역에서 성가를 높이는 데 이어, K-아트를 알릴 수 있는 선봉에 서있어 힘들 때도 많지만 무척 감격스럽다”며 “앞으로 3, 4년까지는 조각비엔날레 등 유럽 각국에서의 전시가 워낙 많이 잡혀있어 고국에서의 전시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 여세를 몰아 유럽에 한국 미술의 독창성을 더 깊이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지 올해로 21년째인 박은선의 환경 조각은 이탈리아 및 유럽 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또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휴양도시 포르테 데이 마르미를 비롯해 알마 시(市) 초대전, 마리노 마리니 미술관에서 개인전 등 정상급 작가로 활동 폭을 차근차근 넓혀가고 있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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