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전력소매 자유화·요금규제 철폐
# “세탁은 밤에, 다림질도 저녁 먹고! (아 침ㆍ밤 전기요금 반값)” “통신비와 결합하면 타사보다 10% 저렴 (통신사가 전력 공급, 묶음판매 대폭 할인)” “풍력ㆍ태양광만의 에코에너지 출시(자연보호주의자를 위한 맞춤 전기)”
더운 아침, 일본 기타큐슈에 사는 이와나가 히로미(34) 주부는 전기요금 스마트 미터기를 들여다보면서 절전과 절약 ‘두 마리 토끼’ 잡기에 고심했다. 기온이 30도가 넘는 전력 사용 피크 시간대에는 전기요금이 평소보다 10배 비싸기 때문이다. 낮 동안 아이들을 근처 도서관에 피신시키고 집안 일은 밤에 하기로 했다. 이와나가 씨가 살고 있는 지역은 전력회사가 아닌 제철 회사가 지역전력 공급을 전담하고 있다. 매일 전력 수급에 따라 유연하게 가격이 변경되는 ‘다이나믹 요금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어 이를 적용하면 이와나가 씨 집의 전기요금은 월 1000엔(약 1만1500원) 정도 싸진다.
잇단 원전 가동 중단 사태로 올 여름 한국에 ‘블랙아웃(대정전)’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전력난에 대비해 민ㆍ관이 앞다퉈 극복 방안을 내놓고 있다.
전력회사는 이미 이용자 생활 패턴에 맞춘 새로운 가정용 전기요금제를 내놨고, 2016년이면 전력시장이 정부 주도로 완전 개방된다. 바야흐로 소비자들의 ‘전기 선택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60년 만의 전력 시스템 개혁’을 선언했다. 2016년부터 전력 소매 전면 자유화와 요금 규제 철폐, 2018~2020년까지 전력회사에서 발전과 송전 부문을 완전 분리하는 것이 골자다. 벤처기업이든 통신회사든 라이선스만 있다면 모두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일본 정부는 ‘발전 주체 다양화로 소비자의 전력 선택을 가능하게 해 전력시장에 경쟁원리를 도입한다’는 기조로, 발전과 소매는 물론 소비까지 전 영역을 개혁 대상으로 삼았다.
이 개혁안이 실현되면 기존 전력회사의 지역 독점은 깨지고, 경쟁에 따른 요금 인하로 소비자들의 선택 폭도 넓어지게 된다.
무엇보다 지진 등 재해로 인해 전력 부족을 겪는 특정 지역으로 전국에서 전력을 끌어올 수 있는 근간이 마련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지역 간 전력공급회사가 달라 도쿄와 동북부 지역에 비상이 걸렸어도 간사이(關西) 지역에서 남는 전력을 끌어올수 없었던 초유의 사태에 대한 반성이 작용했다.
전력회사 독식구조가 깨지면서 기존 전력사는 벌써부터 고객잡기에 나섰다. 도쿄전력은 지난달 15일부터 아침, 밤, 반나절, 주말 등 시간대와 요일에 따라 단가가 다른 4개의 안을 담은 가정용 새 요금제을 내놨다. 3년 후 전력 소매 전면 자유화에 대비해 이용자를 뺏기지 않으려는 복안이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