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 상승 물가상승과 직결
올 하반기 인플레 가시화 우려
“인플레 시작땐 통제 힘들다”
그린스펀·볼커도 잇단 축소 주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논의가 오는 18~19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Fed가 출구전략의 전제조건으로 주목하고 있는 경제지표의 중심추가 실업률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임 Fed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과 폴 볼커가 이구동성으로 인플레를 우려하며 양적완화 축소를 주장하고 나선 대목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출구전략 유력한 이유=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경제가 실망스럽지 않는 한 Fed 멤버들이 6월 정책 회의에서 출구전략에 대한 시그널을 줄 것을 보인다”고 전망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데니스 록하트 총재는 지난주 WSJ와의 인터뷰에서 “채권매입 프로그램에 대한 조정을 고려할 만한 시기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록하트 총재는 Fed 내에서 중립노선을 취하고 있어, 정책결정에 상당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출구전략에 대한 Fed의 일련의 행보가 지난 1994년 기준금리 인상으로 공격적인 정책 대전환을 단행했던 시기의 기억을 불러낸다고 지적했다.
1994년 당시 Fed 의장이었던 그린스펀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를 전격 인상해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금리인상이라는 정책 전환 초기 시장은 채권폭락, 주가하락 등 충격이 컸지만 그린스펀은 나름대로 시장 충격 완화를 위해 부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5년 만의 통화긴축에 대한 시장 반응을 신경쓰면서 금리인상과 관련한 이례적인 의장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만 해도 Fed는 어떤 결정에도 성명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행보는 파격적이었다. Fed는 이후 단계적인 금리 인상에 들어가 1996년까지 FF 금리를 3%에서 6%로 인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94년은 정책 금리 인상이었지만, 이번에는 양적완화라는 비전통적인 정책의 출구”라며 “시장과의 대화가 더욱 어렵다”고 지적했다.
▶버냉키 관심, 실업률서 인플레로 넘어가나=Fed가 내건 출구전략 조건인 ‘에번스 룰’은 실업률 6.5%, 인플레율 2.5%를 내세우고 있다.
고용지표만 본다면 신규고용이 유지되고 있어 양적완화 축소에 힘을 싣고 있지만 문제는 인플레다. 물가는 일부 경제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안정, 혹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 양적완화 지속에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주택가격이 하반기 물가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주택가격은 미국 핵심 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며 기습적 인플레 상승에 대한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양적완화 축소가 이뤄져한다고 주장했다.
▶Fed 전임의장 잇단 출구 주문=볼커 전 Fed 의장은 “인플레이션은 일단 시작되면 통제하기 힘들고 되돌리기 힘들다”며 “(과거 경험을 보면) Fed가 너무 늦게 행동에 나서 (물가를 잡을 수 있는)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Fed가 본연의 임무인 물가안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18년간 Fed 의장을 맡았던 그린스펀도 CNBC 방송에 출연해 “경제 회복세가 불충분하더라도 하루빨리 양적완화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산매입으로 Fed의 자산이 과도하게 부풀어 있다며 “과도한 자산은 일찍 줄일수록 좋다”면서 “지금이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을 숙고해야 할 시점 이라고 강조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