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4월 실업률 12.2% 사상 최고치
재정난 그리스·스페인 실업률 26% 심각
고용시장 회복, 글로벌경제 최대 화두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대규모 양적 완화로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일고 있지만, 치솟는 실업률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고용 시장 회복이 향후 글로벌 경제의 최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3일(현지시간) “장기 침체로 전 세계에서 2700만명이 일할 의욕을 상실했다”며 “사회형평성이 악화되고 실업률이 계속 높아지면서 사회 불안이 증대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ILO의 노동 시장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전체 실업률은 2007년 5.4%에서 2012년에 5.9%로 악화됐다. 또 향후 정책적 변화가 없다면 2015년에는 전 세계 실업자 수가 현재 2억명에서 총 2억800만명으로 늘어나, 실업률은 6.0%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ILO는 유럽을 중심으로 선진국, 동남아시아 및 중남미에서 실업률 증가가 예상되고, 실업률이 개선되는 곳은 동유럽이나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등에 국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의 실업률은 살인적이다. 유럽연합(EU) 통계청에 따르면 유로존 4월 실업률은 12.2%로, 전월보다 0.1%포인트 올라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특히 재정난을 겪고 있는 그리스와 스페인의 실업률은 26%를 넘어섰고, 이 중 청년 실업률은 각각 62.5%, 56.4%를 기록해 심각성을 더했다.
ILO는 주식 가격이 치솟고 기업 이윤이 증대하면서 회사는 현금유동성이 많아지고 경영진의 보수는 높아지는 반면 새 직업은 창출하지 못해 수백만명이 직업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선진국일수록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지 못해 점차 많은 사람이 실업 상태에 놓이고, 사회 불안정도 높아지는 악순환이 앞으로 수년간 겪어야 할 시련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신흥국이나 개발도상국의 고용률은 2015년이면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선진국의 고용률은 2017년 이후까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레이먼드 토레스 ILO 국제노동문제연구소장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성장 전망 예상률과 현재의 추세 등을 근거로 이런 전망을 내놓았지만 이는 너무 낙관적인 것이고, 실제는 과거 수준을 회복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이후 고용 시장 회복에 걸리는 시간도 계속 길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분석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부터 1980년대까지의 경기 침체 이후 이전의 최대 고용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에 20개월 조금 더 소요됐지만, 1990년대 초반 경기 침체 이후에는 이 기간이 32개월로 늘어났다.
2001년 경기 침체 이후 고용 회복 기간은 4년이었고, 최근에는 경기 침체가 끝난 지 4년이 다 돼 가지만 이전 최대 고용 규모를 회복할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의 일부 경기 침체 정도가 과거보다 심각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경기가 좋아도 고용을 늘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실제 민간의 신규 일자리 비중은 1977년 20%를 훨씬 넘었지만, 2011년에는 15%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업들이 고용과 투자 대신, 위기에 대비해 현금을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비금융기업의 전체 자산 중 현금 등 유동성 자산의 비중은 1980년대에 4%에 미치지 못했지만, 올해는 6% 가까운 수준으로 늘어났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