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 달러살포 장기화 부작용 지적
각국 중앙銀 마땅한 카드없어 고민
선진국 유동성회수땐 신흥국 유탄
주식·채권펀드서 30억弗 순유출
터키·브라질은 통화방어 개입도
“경기 회복이 아닌, 돈의 힘으로 과열된 주식시장은 곧 고통스런 버블 붕괴에 직면할 것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가 빚은 증시 과열은 사상누각에 불과하고, 이들이 뿌려놓은 유동성을 거둬들이면서 신흥국은 급격한 자본 유출로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경고음이 쏟아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과 미국 연방준비은행장은 이같이 양적 완화 장기화의 근본적인 부작용에 한목소리를 냈다.
2일(현지시간) BIS는 분기보고서를 통해 “미국, 일본 및 유럽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장기화로 시장에 돈이 엄청나게 풀리면서, 실물경제가 여전히 취약함에도 주식시장이 과열돼 왔다”며 “시장이 마법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BIS는 특히 “중앙은행이 지난 몇 달 추가 완화 기조를 취한 것이 문제”라면서 “이것이 시장으로 하여금 세계 경제 둔화 조짐을 (더) 무시하도록 부추겼다”고 강조했다.
BIS는 그러나 ‘조기 출구 전략’을 수행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면서, 어렵사리 되살린 경기 회복세를 잠재울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이들 중앙은행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초(超)완화를 통해 자산 가치 상승을 유도해온 중앙은행 당국자들조차 ‘자산 거품’을 경고하기 시작했다면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임기를 끝내고 물러나는 머빈 킹 뱅크오브잉글랜드(BOE) 총재의 최근 발언을 상기시켰다.
나라야나 코체를라코타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장도 시장에 만연된 위기 상황을 경고했다.
코체를라코타는 지난 1일 이스탄불 금융 회동을 위해 미리 준비한 연설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산시장에 위기가 확산해왔음을 상기시키면서 ‘위기의 뉴노멀(금융위기 이후 고착화되고 있는 저성장ㆍ고실업 등으로 정의되는 새로운 경제질서 )’ 상황에 대한 포괄적인 분석과 새로운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신흥국에서는 선진국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가시화 하면서 외환위기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3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31일 신흥국의 통화, 채권, 증시가 일제히 급락한 점을 상기시키면서 “미국 경제전망 호조와 선진국의 채권 수익률 상승으로 태국에서 칠레에 이르는 신흥국의 자산 매력이 빛을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경기회복이 본격화하면서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고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자 신흥국에 쏠렸던 자금이 미국으로 역류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이머징마켓 통화 중 가장 인기가 있었던 남아프카공화국 랜드와 브라질 헤알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지난 4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멕시코 페소도 5월 한 달간 달러 대비 6% 하락했고, 지난달 31일에만 0.7% 떨어졌다.
신흥국 주식과 채권펀드로 흘러들었던 자금도 급속히 빠져나가 5월 마지막주 주식펀드는 28억9000만달러, 채권펀드는 2억4200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 같은 자금 유출에는 선진국의 출구전략뿐만 아니라 신흥국의 성장률 둔화 우려도 작용했다. 특히 멕시코의 올해 성장률은 당초 3.5%에서 3.1%로 하향조정됐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급속한 자금 유출에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터키 중앙은행과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는 자국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시장 개입에 나설 수 있다고 구두개입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