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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말단영업맨서 거대기업 움직이는 CEO로… “내가 바로 레전드”
글로벌 시장서 이름 날리는 세일즈맨…
영업사원은 고객을 직접 마주 대하는 치열한 판매전선(戰線), 프론트라인에 선 첨병이다. 전장에서 살아남은 영업전사들은 영업사원으로 이름을 떨치기도 하고 조직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가 되기도 한다.

세계적인 CEO들 중에서도 말단 영업사원으로 시작한 인물들이 더러 있다. 보잘것없던 구멍가게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드는가 하면, 진흙탕에서 허우적대는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내기도 하고,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30년 동안 한 회사에 몸담으며 끝내 CEO가 되어 세일즈맨의 신화를 이뤄내기도 한다.

▶잡지 팔던 소년, 유통업의 제왕으로…샘 월튼(1918~1992) 월마트 회장=올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1위를 차지한 월마트의 신화는 미국 아칸소 주의 소도시 뉴포트의 작은 잡화점에서 시작했다.

10대 시절 신문배달을 하고 잡지를 팔던 소년 샘 월튼은 자신의 돈 5000달러와 장인이 빌려준 2만달러로 벤 프랭클린 잡화점을 매입해 1945년 자신의 첫 가게를 열었다.

월튼의 전략은 단순했다. 공급자로부터 싼 가격에 사서 경쟁자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많이 판매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80센트에 산 상품을 1달러20센트에 파는 경쟁자보다, 저렴한 1달러에 팔아 3배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5년 후 그의 상점은 연간 매출 25만달러를 기록했고 아칸소 주 최고의 소매상점이 됐다.

계약 문제로 자리를 옮긴 그는 1962년 아칸소 주 로저스에 월마트 1호점을 개설했고, 시 외곽에 점포를 늘리는 등 독특한 전략으로 지난해 매출 4692억달러와 직원 수 200여만 명의 전 세계 최고의 유통업체로 자리잡았다.


▶커리어우먼들의 롤모델, 칼리 피오리나 전 HP CEO=한때 많은 여성들의 롤모델이 됐던 칼리 피오리나 전 HP CEO의 경영자를 향한 첫 발걸음은 미국의 통신업체 AT&T의 네트워크 시스템 영업사원에서 시작했다.

25세 되던 해인 1980년, 그는 네트워크 시스템 영업직으로 AT&T에 입사해 경력을 쌓아 10년 만에 임원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40세엔 북미지역 영업담당 임원이 됐으며 AT&T에서 루슨트 테크놀로지를 분사하는 과정에 참여, 30억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이후 루슨트 테크놀로지에서 일하며 20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기도 해 성공적인 여성 경영인으로 인정받았다. 포천은 그를 1998년 ‘비즈니스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선정해 전 세계에 이름을 널리 알렸다.

피오리나를 눈여겨 본 컴퓨터 정보기술업체 휼렛패커드(HP)는 1999년, 그를 CEO로 전격 영입한다. 사실 HP는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 준 곳이기도 했지만, 불명예스런 퇴진으로 쓴맛을 봐야 했던 곳이기도 했다.

처음 그가 HP의 CEO로 임명되며 세계 상위 20대 기업 최초의 여성 회장, 대형 IT기업 최초의 여성 CEO, HP 최초의 외부 출신 회장 등의 화려한 타이틀과 함께 컴퓨터 회사 컴팩의 합병을 성사시키고, 회사 내부를 대대적으로 개혁하는데 성공했다. CNN, 비즈니스위크는 그를 올해의 인물 등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여성 경제인으로 승승장구하던 피오리나도 2005년 실적 부진과 주가 폭락으로 사임했다. 거액의 퇴직금 문제로 논란을 빚었고, 퇴직 이후 유방암에 걸렸지만 수술 후 호전되면서 한때 상원의원으로 새로운 커리어 만들기에 나섰으나 2010년 낙마했다.

▶스타벅스호를 이끄는 일등항해사 하워드 슐츠=여신 모양의 스타벅스 로고가 우리 주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게 된 것은 스타벅스의 회장 하워드 슐츠 덕분이다.

1976년 복사기로 유명한 제록스의 영업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1979년 커피 전문용품을 팔던 해마플라스트로 직장을 옮겼는데 부사장직에 올랐던 그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 바로 스타벅스였다.

1982년 스타벅스에 합류한 슐츠는 5년 뒤 380만달러에 회사를 인수하고, 1995년 매장을 완전 리디자인했다. 스타벅스만이 가진 눈에 띄는 고유의 상징과 색깔로 사람들이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이후 공격적인 매장 확대와 지역별 특색 있는 마케팅으로 커피전문점의 신화를 창조해 나갔다.

지역 카페에 불과했던 스타벅스를 전 세계 60개국에 걸쳐 2만개에 가까운 점포 수를 가진 거대 커피전문회사로 만든 하워드 슐츠는 자신 또한 제록스 세일즈맨에서 이제는 한 회사의 회장으로 억만장자 대열에 올라섰다. 올해도 그는 16억달러로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30년 세일즈맨의 신화, IBM의 샘 팔미사노=샘 팔미사노는 30년 동안 IBM에서만 근무했다. 팔미사노 역시 1973년 IBM에 입사해 세일즈맨으로 경력을 시작했고 입사 20년 만인 2002년, IBM을 위기에서 구해낸 루 거스너 회장의 뒤를 이어 CEO로 취임했다.

거스너가 IBM이라는 거대 공룡을 구조조정과 비용절감 등으로 회사를 구원했다면, 팔미사노는 10년 동안 IBM을 지식기반 회사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지향적인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연구개발(R&D)을 중시해 수천개의 특허를 만들어내 세계 최고의 연구기관으로서의 회사로 변신시켰다는 것이다. 이런 지식기반 고수익 사업으로의 전환을 꾀하며 IBM은 2010년 46.1%라는 총매출이익률(gross profit margin)을 기록했다.

지난해 여성 경제인인 버지니아 로메티가 CEO로 취임하고 10월 자리에서 물러난 팔미사노는 IBM에서의 30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쳤다. 그는 최근 경제전문 언론 블룸버그의 고문으로 선임됐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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