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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온라인 금융사이트서 ‘7조원 돈세탁’
美검찰, 리버티리저브닷컴 적발
익명성보장 범법자 100만명 이용
‘러시안해커’ 등 허구적 이름에
‘엉터리 도시 뉴욕’ 주소도 통과



한 온라인 금융거래 사이트가 철저한 익명성을 보장하자 전 세계 100만명의 범법자가 몰리는 등 범죄자들이 즐겨 찾는 돈세탁의 온상이 되고 말았다.

2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60억달러(약 6조7600억원)에 달하는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온라인 국제 돈세탁 사건이 발생했다.

미 연방검찰은 컴퓨터 해커, 마약거래상, 아동포르노업자, 신상정보 탈취범 등 전 세계 범법자들이 사용해온 돈세탁용 온라인 은행 관련 인사 7명을 기소했다.

범행에 이용된 은행은 리버티리저브(www.libertyreserve.com)라는 온라인 은행으로 온라인 현금 이체나 결제가 가능하며 코스타리카에 기반을 두고 있다.

리버티리저브가 범죄의 온상이 된 이유는 철저한 익명성 보장에 있다. 돈세탁을 위해 리버티리저브 사이트를 찾은 범법자들은 ‘러시안 해커’ ‘해커 계좌’ 등 각종 허구적 이름을 지어 계좌를 만들었으나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았다.

한 수사관이 이 사이트에서 시도한 결과 ‘조 보거스’라는 허구적 인물의 계좌를 만들 수 있었고, 주소란에는 ‘123 가짜 메인 스트리트’, 도시란에 ‘엉터리 도시 뉴욕’이라고 썼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심지어 이 수사관은 금융 거래 목적으로 ‘코카인(마약의 일종) 거래’라고 썼다.

미 당국에 따르면 리버티리저브에서 지난 7년간 5500만건의 불법 금융거래가 있었다. 미국에서만 20만여명, 전 세계적으로는 100만명이 이 사이트를 사용했다.

관련 혐의자 기소 사실을 공개한 프리트 바라라 미 연방검사는 “이 사건은 미국에서 일어난 최대 규모의 국제 돈세탁 사건”이라며 “이 사이트는 은행의 고객정보 정책을 완전히 어기고 철저한 익명성을 보장해 지하세계의 범죄자 소굴이 됐다”고 말했다.

리버티리저브는 ‘교환원’으로 불리는 중간책을 통해 수수료로 거래액의 1%를 받는다. 중간자는 현금을 가상펀드로 바꿨다가 다시 현금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연방검찰은 기소문에서 “이 사이트는 신용카드 사기, 투자 사기, 컴퓨터 해킹, 아동포르노, 마약 거래 등 온갖 종류의 범죄를 진행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 사이트의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인 아더 부도스키는 미국 시민권자지만 코스타리카에 정착하면서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다. 그와 다른 일당 1명은 지난 24일 스페인발 코스타리카행 비행기를 타려다 마드리드 공항에서 붙잡혔다.

리버티리저브를 사용한 회사는 최소 35개이고 현금 교환이 가능한 회사는 페이펄, 웨스턴 유니언, 머니그램 등이며 비자, 마스타카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씨티은행 등의 신용카드 이용도 가능했다.

김수한ㆍ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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