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20분만에 40달러 급등
달러약세·美증시보합 등 영향
금 수요 감소 ‘비관론’도 건재
날개 없이 추락하던 금값이 극적으로 반등에 성공하자, ‘금값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연일 쏟아지는 금값 추가 추락설을 비웃기라도 하듯, 20일(현지시간) 국제 상품시장에서 금값은 8거래일 만에 하락세에 종지부를 찍었다.
6월분 금가격은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지난주 종가보다 19.40달러(1.4%) 오른 온스당 1384.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대해 금값의 반짝 반전인지, 완전히 바닥을 찍은 것인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금값 바닥 찍나=금값은 지난 9일부터 7거래일 동안 달러 강세와 증시 랠리 여파로 온스당 109달러가 빠졌다.
금 선물가격은 이달 들어 약 6% 떨어졌으며, 4월 이후 7.8%나 하락했다. 금값은 지난달 15일 하루 만에 140달러가 급락해 충격을 줬다. 하지만 20일 금값은 장중 한때 20분 만에 40달러 이상 급등해 온스당 1397.90달러까지 치솟았다. 오후에는 6월 인도분 금 거래 계약을 1382달러 선에서 1.3% 끌어올렸다.
달러 강세가 주춤해지고 뉴욕 증시가 보합세를 보인 게 금값 반등을 견인했다.
최근 금값 하락에 따른 반발 매수세도 금값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키트코 메탈 인크의 글로벌 트레이딩 이사인 피터 허그는 “뉴욕증시와 일본증시 랠리,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위험자산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금값을 비롯한 상품가격이 그동안 하락세를 이어갔다”며 “이날 달러 약세와 증시 보합 등이 금값 반등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날 달러는 일본의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정상이 엔저 속도조절론을 시사하면서 약세로 전환했다.
아마리 재정상은 19일 NHK방송에 출연해 “엔화가치가 과다하게 뛰거나 떨어지는 것은 모두 경제에 좋지 않은 것”이라며 “그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해 엔저 속도조절을 내비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시아 거래 부진을 만회하면서 금, 은이 돌아오고 있다”고 표현했다.
▶금값 비관론 우세=하지만 금에 대한 비관론은 여전히 팽배하다. 투자자들은 19주 연속 금 펀드에서 22억달러를 빼갔고, 전문가들은 금값이 향후 12개월 내 1100달러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WSJ은 “금 최대소비국인 인도와 중국에서의 금 수요가 지속되고 있지만, 인도중앙은행(RBI)이 지난주 발표한 금 수입 관세 및 판매세 인상으로 인한 수요 감소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RBI는 금 수입관세를 기존 2%에서 6%로 올린다고 밝혔다. 또 경상수지 적자의 주된 원인이 금에 대한 수요를 꺾기 위해 금 관련 상품투자를 위한 은행 대출 제한 등 정책도 검토 중이다.
세계 최대 채권 펀드인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최고경영자(CEO)도 20일 “금값이 진정 말하고 있는 것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제하의 FT 기고를 통해 “금값 하락은 어떠한 자산이 내포한 밸류에이션이 자산의 고유한 특성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됐을 때 얼마나 추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이때 자산은 일반적인 통념의 어떠한 변화로 인해서도 공격당하기 쉬워진다며 그는 이를 ‘안정적 불균형(stable disequilibrium)’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엘 에리언은 금값 하락이 애플과 페이스북 사례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애플이 주당 700달러대를 상회한 뒤 붕괴된 것, 그리고 페이스북이 친숙함과 관련해 1년 전 기업공개 당시 과열 양상을 보였던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금과 애플, 페이스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며 “중앙은행의 자산 매입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포트폴리오에 고가의 자산을 확대하게 하며 시장의 변동성을 낮추고 자산 간의 상관관계를 낮춤으로써 안정적이라는 ‘환상’을 불러일으킨다”고 덧붙였다.
FT는 이제 시장 관계자들이 22일(현지시간) 공개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4월 FOMC 의사록과 21일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에서 연설한 벤 버냉키 의장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힌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