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달러강세 착시…5% 상승아닌 0.5% 불과
② 美산업 경쟁력 엔저충격 흡수할만큼 성장
③ ECB 금리인하 등 지구촌 경기부양 자극
④ TPP로 일본시장 개방·개혁 탄력 기대감
미국이 일본의 엔저에 침묵하는 것은 ‘냉철한 이해타산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일 월가 전문가와 미국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미국의 엔저 용인은 자국 경제회복을 위한 전략으로 요약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달러강세의 착시현상과 미국 산업의 엔저 흡수력 상승, 유럽중앙은행의 경기부양 자극,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탄력이라는 복잡한 셈법이 작동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실제로 엔화 가치는 1년 전에 비해 30% 급락했다. 원론대로라면 엔저는 곧 달러강세를 의미해 미국 기업에 타격을 주고 미국 경제에 역풍으로 작용하겠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난주 JP모간체이스는 분석했다.
이유는 달러가치가 엔저 전후와 비교했을 때 제자리라는 것이다. 주요 6개국 통화(엔, 유로, 파운드, 캐나다달러, 스웨덴 크로네, 스위스프랑)와 연동된 달러 인덱스는 지난 1년간 엔화 급락과 반비례해 5% 이상 상승했지만 “이는 함정”이라고 JP모간은 평가했다. 미국의 2, 3위 무역 상대국인 중국과 멕시코 통화가 이 지수에서 빠져있기 때문이다.
JP모간은 “중국과 멕시코 통화를 포함한 26개 통화를 대상으로 한 지수에서는 지난 1년간 달러 상승률이 0.5%로 거의 보합상태”라며 “엔저는 현재 거시경제적으로 미국의 성장률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침묵의 이유는 미국 산업이 엔저 충격을 흡수할 만큼 성장했기 때문이다. 미국 제조업 생산 비용에서 가장 크게 차지하는 인건비가 상승했다 떨어지면서 미 제조업 경쟁력은 높아졌다.
미국 수입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도 가장 높았던 1986년 25%에서 현재 6%로, 4분의 1 가까이 떨어지면서 엔저 쇼크를 흡수할 여지가 커졌다. 장기간의 엔고 여파로 일본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외면받았고 일본 기업은 아시아로 생산 거점을 옮긴 결과다.
세번째 이유는 일본은행의 무차별 돈살포가 유럽 경기부양의 촉매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일본발 환율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은 과감한 금융완화 등 경기진작을 위한 압력에 봉착해 있다. 실제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달 초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5%로 인하했다.
신문은 미국이 이런 식으로 발생하는 전지구적 ‘금융완화의 연쇄’로 각국 경기를 자극해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영향을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세계 최대 경제권역인 TPP에 미칠 영향력도 미국은 고려하고 있다. 신문은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경제구조 개혁이라며, 특히 TPP를 지렛대로 삼은 일본의 시장 개방ㆍ개혁을 위해 엔저 용인은 그 덤, 혹은 도움닫기 격이라고 평가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