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옵션·선물환 거래 등 매수
환리스크 방어전략 재조정 분투
엔저로 일본 기업들은 날개를 달았지만 일본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은 울상이다. 엔화 약세로 달러와 유로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일본에서 거둬들인 수익을 환차손으로 까먹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한동안 외면했던 환헤지 전략을 다시 꺼내는 등 ‘엔저 시대’ 생존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공격적 환헤지를 꺼려왔던 글로벌 기업들이 급격한 엔저로 환리스크 방어를 위해 전략을 재조정하고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달러 환율은 연초 대비 20%가량 상승(엔화 가치 하락)해 다국적 기업에 충격을 줬다. 지난 10일에는 심리적 장벽인 달러당 100엔을 돌파했고, 13일에는 102엔까지 넘어섰다.
이에 글로벌 기업들은 특정 범위에 환율을 고정시키는 통화옵션상품과 선물환거래를 매수하면서 환헤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1위 생명보험회사인 다국적기업 AFLAC는 1분기 일본 내 수익이 9.7% 성장했지만, 엔저로 올해 수익이 주당 82센트 손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본사 AFLAC의 케니스 양케 재무최고책임자(CFO)는 “외환시장은 주는 만큼 거두어 간다”면서 “AFLAC는 보통 환리스크 헤지를 하지 않지만, 최근 올해 송환 계획인 500억엔(5450억원)에 대한 통화옵션 파생상품을 사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AFLAC가 그동안 환헤지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일본 지사는 프리미엄을 거둬들여 엔화로 비용 부담을 해왔고, 드물게 미국으로 수익금을 송환해 왔다고 설명했다.
일본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IBM 역시 엔저로 2분기 주당 10센트의 손실이 예상됐다. IBM 일본 지사는 대부분 엔화로 운영을 하고 있고, 헤지 회계에 유리한 역외 현금 유동성이 많지 않은 것이 환헤지를 나서지 않은 이유로 꼽혔다. 하지만 마크 러프리지 IBM CFO는 지난달 “역외 기반 현금흐름에 대한 헤지능력 없이는 IBM 수익도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환헤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환헤지 전략을 묻는 기업들의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뉴욕 멜론은행의 통화 담당 수석은 “적절한 환헤지 방법을 묻는 미국 기업의 전화를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며 “엔의 움직임이 이제 기업들을 깨우고 있다”고 있다고 말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