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헤지펀드 엔터사업 매각 요구…보수적 日기업문화 시험대에
‘명가의 부활이냐, 해체냐.’엔저 훈풍으로 5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소니가 뜻밖의 역풍에 부딪혔다.
소니에 11억달러(1조2000억달러)를 투자한 미국 헤지펀드 억만장자 다니엘 로엡이 소니의 핵심사업인 엔터테인먼트 분사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소니 지분 6.5%를 보유해 1대주주에 등극한 로엡이 소니 분리안을 들고 나온 이상 소니 경영진의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로엡은 지난해 야후 이사회를 통해 스콧 톰슨 최고경영자(CEO)를 몰아내고, 마리사 메이어를 구글에서 데려와 CEO에 앉히기도 했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헤지펀드 서드포인트의 설립자인 로엡은 “일본 경제는 옛 영광을 찾을 수 있다”며 히라이 카즈오 소니 사장에 서한을 보내 “기업공개(IPO)를 통해 엔터테인먼트 사업부의 20%를 매각하라”고 요구했다.
로엡은 이 서한에서 엔터테인먼트를 분사하면 소니 주가를 60%까지 끌어올릴 수 있고, 전자사업의 재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보험 등 다른 사업의 분리와 매각도 권유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드포인트가 이를 위해 2000억엔(19억7000만달러)을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소니 측은 “분사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성장 전략을 추진하면서 주주들과 ‘건설적인 대화’를 지속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소니에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는 기업가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분야다. 할리우드 영화스튜디오와 세계 최대 음반 사업을 펼치면서 전자사업과 시너지를 구축하고 있다.
한편, 기업을 쥐락펴락하는 로엡의 서한으로 보수적인 일본 기업문화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니가 영화, 뮤직, 보험, 전자사업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아시아 기준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WSJ는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기부양책)의 기업 개혁으로,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일본 기업 분위기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로엡과 소니의 향후 타협 과정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