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정보 무단접근 이어 블룸버그 신뢰도에 큰 타격
[헤럴드생생뉴스]세계적 경제뉴스 전문매체 블룸버그통신이 고객정보 무단 접근으로 곤욕을 치르는 가운데 이번에는 블룸버그 금융거래정보단말기 이용자 간의 사(私)적인 메시지 1만 건 이상이 인터넷에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09년과 2010년의 특정한 날 블룸버그 단말기를 통해 수십 개의 세계적 대형은행 직원과 고객들 사이에 오간 은밀한 메시지 목록두 개가 지난 몇 년간 인터넷에 버젓이 공개돼 있었다고 14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들 메시지는 그간 구글에서 간단한 검색을 통해 찾을 수 있었다”면서“우리가 취재에 들어가자 지난 13일 삭제됐다”고 전했다.
유출된 자료에는 블룸버그 단말기 이용자의 실명과 이메일 주소, 거래 정보와 비밀스러운 금융가격 등이 담겨 있다.
이를 통해 블룸버그는 고객들이 채권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을 비롯해다른 금융상품에 얼마를 지출했는지를 알 수 있다.
2009년 8월25일의 한 메시지를 보면 한 대형 은행 직원이 기관투자가와 자산 매니지먼트 그룹에 속한 세 명의 고객에게 자신이 ING 채권을 얼마에 팔았다는 정보를제공한다.
같은 날 다른 메시지에서는 또 다른 은행의 직원이 브로커 딜러에게 한 고객이 독일텔레콤 채권을 얼마에 샀는지 알려준다.
블룸버그의 메시지 서비스는 이메일이 대중화되기 전 그 보안성과 실용성 때문에 은행권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평가는 어디까지 비밀이 보장된다는 전제하에서였다.
최근 블룸버그 기자들이 금융기관 등에 유료로 서비스되는 금융거래정보단말기에 무단으로 접근해 취재에 활용한 사실이 들통나 파문이 이는 가운데, 고객의 메시지까지 유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블룸버그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FT는 “이번 메시지 유출로 고객 데이터 비밀 보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려는 블룸버그의 노력에 제동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유출된 메시지는 당시 블룸버그 영업 매니저였던 스티브 라엔에 의해 인터넷에 올려졌다. 라엔은 고객 이익을 위해 데이터 분석을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그는 보안사이트에 이 메시지를 올리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메시지 스크랩핑’이라 불린 이 프로젝트는 장외에서 거래되는 금융상품에 대한더 좋은 가격 정보를 얻으려고 고객들의 메시지를 샅샅이 뒤지는 것이었다.
이 메시지들은 시티그룹, 독일은행, 골드만삭스 HSBC,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은행들의 거래 정보를 포함한 비밀 자료들을 담고 있다.
2011년 3월 블룸버그를 퇴사한 라엔은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블룸버그는 내부 시스템 밖에 자료를 올리려 한 것은 명백하게 사규를 위반한 것이라며 가능한 모든 법적인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새로운 기술과 그런 정보들의 외부 유출을 방지하는 강화된 통제 시스템으로 인해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블룸버그의 고객정보 무단접근에 대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조사에 착수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파문은 골드만삭스가 블룸버그의 기자들이 민감하고 취득하기 어려운 정보를 알고 있는 사실을 파악하고 블룸버그 측에 항의하면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의 매튜 윙클러 편집국장은 지난 13일 밤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윙클러 국장은 “2011년 이러한 개인정보 침해에 대해 인지했지만 지난달 골드만삭스의 항의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구멍’을 메우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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