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플러스성장 반전 전망
해외 투자금도 속속 귀환
살인적 실업률은 숙제로
1차 1100억유로(159조원), 2차 1300억유로(188조원)…. 유로존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가 지난 3년간 지원받은 구제금융 지원금은 우리나라 올해 정부 예산(342조원)보다도 많다.
국가 부도위기(디폴트)에 내몰리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유로존 재정난을 촉발시켰던 그리스는 3년여 전인 지난 2010년 5월 3일 트로이카(국제통화기금, 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로부터 구제금융에 합의했다.
그리스는 2010~2011년 네 차례에 걸쳐 1차 구제금융 1100억유로를 받았고, 지난해부터는 추가 구제금융 1300억유로를 현금지급과 부채탕감 등의 형태로 지원을 받고 있다.
지난 3년간의 그리스 구제금융에 대해 글로벌 외환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CNN머니는 이에 대해 “그리스 경제가 혹독한 긴축으로 회생의 기반을 찾게 됐다”며 “터널의 끝에서 빛이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리스의 회생은 유럽 재정위기의 근원지의 경제회복을 의미해 유로존의 운명을 가늠할 바로미터로 여겨지기도 한다. 실제로 그리스 경제는 6년간의 침체 끝에 내년에는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됐다.
그리스 중앙은행은 “구제금융 지원과 국채 이자 부담 경감 등 덕분에 경제는 현재 예상한 것보다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면서 “오는 2014년이면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 성장으로 반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지난 4일 발표한 그리스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유로존 회원국 중 유일하게 기존 -4.4%에서 -4.2%로 상향 조정됐다.
그리스 재정적자 축소폭은 그동안 그리스가 얼마나 혹독하게 긴축을 단행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스 재정적자는 200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5.6%에서 3.8%로 현격히 감소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6일 “그리스의 재정적자 감축은 국제적으로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이라며 추켜세웠다. 또 “그리스가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경상수지 적자와 노동 비용을 크게 줄여 경쟁력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그리스를 떠났던 글로벌 자금도 속속 돌아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유수 헤지펀드가 고수익을 기대하면서 그리스의 은행권에 투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헤지펀드 큰손인 패러론캐피털, 요크캐피털매니지먼트, QVT파이낸셜, 캐나다계 드로메우스캐피털 등은 그리스 2위 은행인 알파은행이 6월 중순 추진 중인 5억5000만유로 규모의 주식 발행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파뱅크에 투입되는 민간자금은 그리스재정안정기금(HFSF)의 지원액 40억유로에 맞먹는 수준으로, 특히 특별 신주인수권(워런트)을 보장받을 수 있어 글로벌 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 밖에 미국 헤지펀드인 서드포인트와 유럽 최대 헤지펀드인 CQS도 그리스 은행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드포인트는 지난해 그리스 국채에 베팅해 5000억달러 수익을 냈다.
드로메우스의 매니지파트너인 아킬레스 리스바스는 “그리스 은행투자는 모든 리커버리 거래의 어머니”라며 그리스 은행권에 대한 투자만큼 유리한 베팅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정축소, 임금삭감, 세금인상 등의 조치로 그리스인들이 겪은 고통은 더욱 심해졌다. 디폴트 위기 속에 그리스 경제는 뒷걸음질 쳤고 실업률은 살인적으로 치솟았다.
지난 3년간 GDP는 2009년 2310억유로에서 올해 1830억유로로 20% 감소했다. 또 공공부문 일자리 축소 등의 영향으로 실업률은 고공행진했다. 3년 전 9.5%였던 실업률은 27%까지 치솟았다. 청년 실업은 더 심각해 젊은이 10명 중 6명 이상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