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세계경제 영향은
파죽지세로 치솟는 엔/달러 환율이 심리적 장벽인 달러당 100엔을 돌파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엔저가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먼저 시선은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에 쏠리고 있다. 엔저는 곧 달러강세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마켓워치는 9일(현지시간) 밀러타바크앤코 앤드류 윌킨슨 수석 경제전략가를 인용해 “100엔을 웃도는 달러 움직임은 세계시장에서 성장하는 자신감의 상징”이라며 달러당 100엔 돌파는 “일본만큼 미국에도 의미심장하다”고 분석했다.
엔/달러 환율 100엔 상향 돌파를 계기로 양적완화(QE3)에 대한 조기 출구전략 논의도 재점화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안정화됨에 따라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이 고용 문제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며 “우선적으로 매입 속도를 줄이고 점진적으로 이 프로그램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엔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일본은 양적완화로 풀린 돈이 실물경제로 이어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엔저로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주가는 폭등하고 있지만, 실물경제 파급 효과는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일본기업의 올해 설비투자 계획은 마이너스 상태이고 임금인상률은 1.8%로 전년동기 대비 0.03% 오히려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베노믹스는 노력 없이 얻은 칭찬’이라며 “일본기업이 수년 동안 저렴하고 넘쳐나는 대출의 바다 위에서도 투자 조건을 찾지 못했다면, 일본은 그 이유와 엔저 수익으로 상황이 달라질지 숙고해 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일본기업의 수출 증대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마켓워치의 칼럼니스트 마이클 카세이는 “차, 닌텐도, 애니메이션을 빼고 현재 일본의 최대 수출품은 디플레이션(지속적 물가하락)”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은 밀려드는 핫머니에 힘겨운 환율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엔저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던 아시아 국가들은 금리인상, 환시장 개입 등 자국통화 가치 절상을 저지하기 위해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호주와 인도가 금리를 인하한데 이어, 한국도 지난 9일 기준금리를 25bp 내렸다. 또 중국은 불법 해외자금을 규제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놨고, 뉴질랜드는 자국 통화를 매도하는 환시장 개입을 불사할 태세다.
핫머니에 고군분투하는 아시아 국가와는 반대로 전 세계 헤지펀드는 엔저 최대 수혜자로 부상했다. 헤지펀드는 엔저에 배팅해 수십억달러의 차익을 실현했다. 뉴욕소재 소시에테 제네랄의 외환 전략가 세바스찬 개리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헤지펀드는 지금 아베노믹스의 열반의 경지에 있다”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런던 소재 운용사 슬로언로빈슨의 일본 펀드는 올해 들어 44.6%나 되는 수익률을 거뒀고, 블루스카이의 일본 펀드는 1분기에 36%의 수익률을 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