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시학(안대회 지음/문학동네)=시학은 흔히 시에 관한 얘기로 해석되지만 오래 전 시학은 인간과 세상에 대한 미학과 통찰이 집약된 예술과 철학의 총체였다. 중국 시학 가운데 난해하면서도 대중적이며 논쟁적인 시학서로 꼽히는 ’이십사시품’(이하 시품)은 연구대상으로도 인기다. 전문 저작만 해도 수십종에 이른다. ‘시품’은 스물네개의 풍격(風格)을 일종의 시로 표현해 ‘시로 시를 말한’ 시학 텍스트다. 이 시학에 정선과 신위, 김정희와 조희룡 등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빠져들었다. 저자는 ‘시품’의 미학을 중국과 한국의 시에 적용, 새로운 해석으로 풀어냈다. 시학을 문학과 회화, 인장 국제교류, 인간 관계에까지 다양한 예술과 인간사와 융합해 다루기는 처음으로 19세기 조선을 비롯한 동아시아 문화와 미의식을 엿볼 수 있다.
▶나는 공산주의와 결혼했다(필립 로스 지음, 김한영 옮김/문학동네)=미국의 역사가 사회뿐 아니라 구성원인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꾸준히 파헤쳐온 필립 로스가 1950년대 미국사회를 흔들어놓은 매카시즘 광풍을 드러냈다. 광풍에 찢긴 린골드 선생님 이야기다. 학생들에게 자유롭고 독립적인 사고를 하도록 지도해온 머리 린골드는 하원 반미활동조사위원회의 청문회에 협조하길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고된다. 선생님은 진공청소기를 팔며 생계를 이어가다가 6년에 걸친 소송 끝에 복직한다. 그의 동생인 아이라도 매카시즘의 희생자다. 진보적 성향의 라디오 스타 아이라는 무성영화 스타 이브 프레임과 결혼하지만 곧 파국을 맞는다. 이브가 아이라를 공산주의자로 지목하는 책을 내면서 아이라는 매카시즘의 한복판에 휩쓸려 들어간다. 미친 시대의 한복판을 뚫고 나오는 서사의 힘이 강렬하다.
▶그들은 왜 회사의 주인이 되었나(마조리 켈리 지음, 제현주 옮김/북돋움)=영국 최대의 백화점 체인 존루이스 파트너십은 백화점 35개와 식료품점 272개를 보유하고 있다. 매출은 134억달러, 미국 회사였다면 포천 500대 기업 중 180위 정도에 이름을 올리고 상장된 주식회사일 테지만 이 회사의 주식은 아무나 살 수 없다. 7만6500명의 직원이 100% 지분을 소유한 종업원 소유 기업이기 때문이다. 종업원 소유제는 이 회사의 상업적 성공에 큰 몫을 했다. 오늘날 우리 경제가 부딪힌 위기의 원인을 소유 구조의 왜곡에서 찾는 저자는 세계 곳곳에서 눈부신 성과를 보이고 있는 다양한 ‘새로운 방식의 소유 모델’ 사례들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런 공동체 대안 기업들을 방문, 조직이 어떻게 작동하고 구성원의 삶이 조직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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