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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랑스런 눈빛의 아이…감상자를 무장해제시키는 신소영의 신작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음매’ 소리가 귓전을 얼얼하게 할 것같은 털복숭이 양떼들 사이에, 작은 어린아이가 서 있다.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걸까. 아이는 양떼와 거의 흡사한 후드점퍼를 입고, 몸을 움추리고 있다. ‘양떼들 속 어린아이’라는 재기발랄한 설정이 흥미롭다. 게다가 화폭 밖을 응시하는 아이의 눈빛이 촉촉하니 새초롬하다.
이 그림은 어린아이가 등장하는 그림을 꾸준히 선보여온 젊은 화가 신소영(31)의 ‘꼭꼭’이란 신작이다. 작가는 이번에 동물과 어린아이가 어우러진 작업을 새롭게 시도했다.

작가 신소영이 ‘너에게서 나를, 나에게서 너를’이라는 타이틀로 서울 관훈동 노화랑(대표 노승진)에서 오는 10일부터 개인전을 갖는다. 홍익대 회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2011년 개인전에 이어 2년 만에 여는 전시에 여전히 어린아이 그림을 다양하게 내놓았다.

데뷔 이래 신소영은 지극히 사실적인 기법으로 아이와 동물 그려왔다. 그리고 작가의 상상이 어우러진 풍경을 자연스럽게 곁들이고 있다.
작품마다 맑고 여린 어린아이가 등장하니 그의 그림을 마주한 감상자들은 단박에 무장해제된다. 사랑스런 아이들의 눈빛은 빨려들듯 매혹적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왠지 생경하고 기묘한 분위기가 감돈다. 그저 ‘예쁘기만 한 그림’이 아닌 것이다.
순진무구한 어린이의 모습에선 나의 어린 시절 모습과 추억이 오버랩되며, 손가락 사이로 스르르 빠져나가는 시간의 무상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자꾸 보고 있노라면 왠지 쓸쓸함마저 더해진다. 

신소영의 유화 ‘꼭꼭(Hide Well)’. 162.2×112.2㎝(부분).      [사진제공=노화랑]


첫 개인전을 마친 후 어린아이가 동물들 사이에 있거나, 동물과 교감하는 그림을 집중적으로 그려온 작가는 “맑고 순정한 어린이와 동물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나를 통해 너를 발견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작가는 눈빛을 묘사하는 데 가장 공력을 쏟는다. 꾸미지 않은, 무방비 상태의 어린아이의 눈빛을 그리기 위해서다.

감상자들은 그림 속에 등장하는 어린아이들이 누구일까 무척 궁금해진다. 필시 작가 주변의, 잘 아는 어린아이일 거라고 유추하게 된다. 하지만 뜻밖에도 신소영은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낯선 어린아이의 이미지를 얻곤 한다. 늘 카메라를 휴대하고 다니는 작가는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어린아이(주로 2~4세 안팎)를 부모 동의 아래 촬영한다. 그리곤 그 사진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린다.
작가는 “처음 보는 어린아이의 이미지를 그리는 것은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그 꾸밈없고 새침한 눈빛이 좋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도 친해지면 자꾸 예쁜 표정을 지으려하는데 그런 ‘꾸민 표정’은 내 그림과 맞지 않아, 낯선 아이의 무심한 표정을 찾아나서게 된다”고 했다. 
신소영의 유화 ‘다가가는 마음의 간격’(Narrowing the Gap Between Two Hearts). 130.3×89.4cm [사진제공=노화랑]

신소영은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사회와 인간을 바라본다. 또 아이의 눈 속에 사회와 인간을 투영시킨다. 때문에 그의 그림 속에는 작가와 아이와의 심리적 소통과 함께 인간의 욕망도 존재한다.
작가에게 아이의 눈빛은 스스로와 사회를 연결하는 통로이자, 그 자신의 무의식을 표출하는 통로이다. 신소영에게 어린아이를 그리는 작업은 때때로 불현듯 자신의 내면에 깃든 무언가를 발견하면서, 그것이 과연 무엇인지 깨닫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때론 감추고 싶고, 묻어두고 싶은 ‘또다른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미술평론가 하계훈 씨는 “신소영의 작품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보이는 그대로의 아이들이면서 동시에 작가 자신이다. 나아가 우리 시대 모든 사람들이다. 신소영은 아이들을 그림으로써 자신과 다르지않은 많은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 다가가고자 하는 심리적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 전시는 25일까지. 무료관람. 02)732-3558 

yrlee@heraldcorp.com

신소영의 유화 ‘너와 나의 마음’(The Heart of Mine and Yours). 162.2×112.2cm [사진제공=노화랑]
신소영의 유화 ‘바라보는 공기’(The Gazing atmosphere). 162.2×112.2cm   [사진제공=노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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