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獨·佛재무장관 회의서
유럽위기 해법 공조 다짐
獨 “지속 가능한 성장 원한다”
은행 동맹에도 유화 제스처
佛, 2년유예 긴축의무이행 약속
긴축이냐, 성장이냐를 놓고 대격돌 양상을 보였던 유럽이 갈등 봉합에 나섰다. 긴축과 은행동맹에서 강경론을 보였던 독일이 한 발 후퇴했고, 프랑스는 2년간 유예된 긴축의무를 지키겠다고 화답했다.
7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과 프랑스 재무장관 회의에서 양국 재무장관은 격론이 오고 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유로 위기 해법을 위한 공조를 다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와 관련해 “프랑스는 독일을 이기주의적이라 비난했고, 독일은 프랑스에 대해 경쟁력을 잃어버렸다고 조롱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장관은 프랑스의 피에르 모스코비치 장관에게 “친애하는 피에르”, 모스코비치는 “내 좋은 친구 쇼이블레”라고 부르는 등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외신은 전했다.
모스코비치 장관은 “우리는 감당할 수준을 벗어나는 긴축을 원치 않는다”며 긴축 완화를 재차 강조하면서도 유럽집행위원회가 2년간 긴축의무 기간을 연장해준 것에 대해 “약속은 꼭 지키겠다”고 화답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유럽연합(EU)의 긴축의무 연장에 대해 “적절한 대응”이라며 “EU의 조치는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지했다.
독일은 긴축 강경론에서도 한 발 후퇴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우리가 한 쪽엔 긴축, 한 쪽엔 성장이라는 카드를 놓고 선택을 강요했다는 건 오해”라며 “우리는 어디까지나 지속가능한 성장을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독일의 부담을 이유로 반대해왔던 은행동맹에 대해서도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쇼이블레 장관은 은행동맹 실현이 “우선적 프로젝트”라면서 이것이“빨리 진전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은행 구조조정과 폐쇄에 관한 법적 근거가 있어야 진정한 은행동맹이 가능하다”면서 “그러자면 조약 개정이 필요하다”며 은행동맹에 난색을 표해왔다.
하지만 쇼이블레는 이번 회동에서 은행동맹을 위해 “(유로존) 정부 간 다자협력이나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양자공조를 할 것”이라고 입장을 선회했다. 유로 협약을 굳이 손질하지 않아도 역내 정부 간 공조로 법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프랑스는 독일의 이 같은 입장 선회를 환영했다.
모스코비치는 쇼이블레의 발언을 지지하면서 “6월 말 이전에 은행동맹을 향한 ‘결정적 진전’이 이뤄지도록 목표를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암스테르담대학 연설에서 유럽 은행동맹과 관련해 “모든 플레이어가 테이블에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각국의 협조를 촉구했다.
유로존 위기 해법으로 제시된 은행동맹은 먼저 유럽중앙은행(ECB)이 역내 은행을 단일 감독토록 하고, 그다음 단계로 부실은행 구조조정과 청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와 함께 예금 공동보증기금을 만드는 것도 포함돼 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