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의 반란이 IT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아이폰 하청업체인 중국의 폭스콘이 애플에서 벗어나 독자 노선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테리 궈 폭스콘 회장은 애플이 요구하는 것이면 뭐든 다했다. 아이폰을 실제로 제조한 것도 폭스콘이다.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비판받던 애플의 중국 현지공장은 사실 애플이 아니라 폭스콘이다. 물론 애플 때문에 엄청난 수익도 올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세계화의 명과 암을 극명히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인 글로벌 하청업체 폭스콘이 애플을 넘어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폭스콘은 일단 애플 의존도를 줄여 나가기로 했다. 애플 이외 업체에 제품 공급 물량을 차츰 늘리다가 점차 자사가 독자 개발한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할 방침이다. 주력 제품은 대형 평판 TV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분석기관인 가트너의 애널리스트 제이미 왕은 “폭스콘은 애플의 후광이 예전 같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지금 폭스콘은 애플 하청물량을 배제한 가운데, 신성장 동력을 진지하게 탐색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지난달 발표된 폭스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2% 떨어졌다. 폭스콘의 ‘갑’인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주문량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폭스콘 매출의 40% 이상이 애플향 제품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는 애플의 요구에 폭스콘은 한계점에 다다른 상황이다. 실제 궈 폭스콘 회장은 아이폰5 출시 이후 “아이폰5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짧은 시간에 많은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실패했으며, 애플의 요구를 만족시키지도 못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 애플이 수익성 제고를 위해 저가형 아이폰을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폭스콘 입장에서는 단가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2008년 애플 영업이익률이 30%대를 웃도는 반면 폭스콘은 1%에 머물러 애플의 단가 후려치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폭스콘의 투자 결정에서 이 기업이 세운 새 전략의 방향이 엿보인다. 궈 회장은 지난해 8억4000만달러를 들여 샤프의 LCD 패널 공장지분 37.6%를 인수했다. 그 다음인 지난 10월 폭스콘은 자사 부품비율 90%인 60인치 TV를 출시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애플을 넘어서기란 쉽지 않은 일. 폭스콘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대만에서 폭스콘의 60인치 TV는 2만대 판매에 그쳤다.
루오 화이지아 타이완 전자제품 제조업체 협회 부회장은 “타이완 기업은 그동안 하청관계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우리 고유의 제품 디자인으로 소비자와 직접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먼 싱 폭스콘 대변인은 “애플이나 노키아 같은 사업 파트너들의 부진에 우리 기업은 큰 영향을 받는다”며 “이제 주문만 기다릴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소비자들과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한ㆍ정태일 기자/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