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테이큰’ ‘헬드 포 랜섬’에서나 보던 엽기적인 납치사건이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발생하자 미국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우연히 이웃주민에 의해 발견된 세 여성은 납치를 당해 옆 동네에서 10년간 감금생활을 했지만, 기적같이 멀쩡하게 살아 돌아와 여러 의문점을 낳았다.

왜 이들은 감금당했으며, 어떻게 10년 동안 이웃도 모르게 감금된 채로 아이까지 출산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어떻게 10년간 아무도 몰랐나=미셸 나이트(32), 아만다 베리(26), 지나 드지저스(23)를 처음 발견한 이웃주민 찰스 램지는 납치 용의자와 바비큐를 구워먹기도 했지만, 그동안 어떤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납치돼 생활했던 장소는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의 주택가다. 인적이 드문 장소도 아닐 뿐더러 실종 장소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용의자의 집에는 현관에 푸에르토리코 국기가 걸려있고, 새로 막 페인트칠도 했다. 창문 하나를 판자로 막았지만 그런 점이 이상한 것은 아니라고 AFP통신은 전하기도 했다.

이웃에 따르면 용의자가 마당에서 음식을 먹기도 해 사람을 감금했을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용의자는 집 뒤에 트럭을 주차하고, 절대 현관으로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동안 어떻게 버텼나=10여년이나 감금됐던 이들의 건강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어떻게 이들이 건강을 지킬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10년 동안의 감금생활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아만다 베리의 딸로 알려진 6세 여아로부터 추측할 수 있다. 장기간의 감금생활로 인질범과 동조하는 심리상태가 유지되고, 감금과 자유 사이에서 어느 정도 타협안과 익숙함을 찾을 수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현지 경찰은 베리가 감금생활 기간 이 아이를 낳았던 것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용의자 형제는 왜 이들을 10년이나 감금했나=용의자인 히스패닉계 통학버스 운전사 3형제가 젊은 여성을 10년이나 감금한 이유에 대해선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베리가 낳은 딸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역시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같은 장기간 감금과 탈출 사례를 보면 정신적인 문제나 성폭행과 연관된 사건이 많다.

2011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제이시 두가드는 18년간의 납치ㆍ감금생활을 기록한 ‘도둑맞은 삶’을 출간했다. 11세 되던 1991년 필립 가리도에 의해 납치ㆍ감금당하며 성폭행을 당했고, 가리도와의 사이에서 두 딸을 낳기도 했다.

2008년 오스트리아 동부 암스테텐에서는 요제프 프리츨이 친딸을 24년간 감금하고 성폭행해 7명의 자녀를 낳은 사실이 밝혀졌다. 2006년엔 나타샤 캄푸시가 10세 때인 1998년 납치돼 오스트리아 슈트라스호프의 가옥에서 탈출, 8년의 감금생활을 마쳤다. 2007년 12월엔 오스트리아 북부 린츠에서 정신병력을 가진 어머니가 자신의 세 딸을 7년간이나 감금한 사건이 드러나기도 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