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아이언맨3’가 수익 극대화를 위해 중국 버전을 따로 만들면서 전 세계 영화팬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7일 “아이언맨3의 제작자들이 중국 당국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중국 내수용 장면을 삽입했다”며 이를 통해 “개봉 5일만에 6400만달러(약 701억원)을 벌여들였다”고 보도했다. 또 개봉 첫날인 지난 1일에는 2100만달러(약 230억원)를 거둬들여 중국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4분이 추가된 아이언맨3 중국 버전에는 “아이언맨이 에너지를 회복하기 위해 의지하는 것을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3초 간의 암전이 흐른 뒤 “구리두오”라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리두오는 한 병에 1달러가 채 안되는 중국 내몽골 회사의 우유다.
이 밖에도 닥터우(왕학기 분)가 아이언맨을 수술하는 과정에 중국 최고 여배우 판빙빙이 등장하고 이들은 짧은 대화를 통해 세계 영웅의 운명이 중국의 의료 기술에 달려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중국이 지난해 세계 2대 박스오피스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할리우드가 중국 영화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얼마나 열성적인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박스오피스의 수익은 27억7000만달러(3조32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신장했다. 2020년에는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미국 제작자들은 중국 일반관객보다 중국 정부 산하 영화심사위원회를 더 의식하고 있다. 37명으로 구성된 영화심사위원회는 매해 외국 영화 34편만을 선정해 상영 허가를 부여하고, 이들 영화의 전체 내용을 감수하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들은 이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민감한 내용을 수정하거나 중국 배우나 지역을 캐스팅에 추가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해 개봉한 ‘레드던(Red Dawn)’에서는 중국 침략 군대가 갑자기 북한군으로 바뀌었고, SF액션영화 ‘루퍼(Looper)’의 주인공 브루스 윌리스는 파리보다 상하이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올 여름 개봉하는 브래드 피트 주연의 좀비영화 ‘월드워Z(World War Z)’는 좀비 근원지를 당초 중국에서 모스크바로 바꿨다.
하지만 미국 영화 제작자들은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자들의 입맛을 맞추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중국 당국이 영화의 폭력성과 선정성, 정치적 민감성뿐만 아니라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도 트집을 잡는다면서 ‘미션임파서블3’에서는 상하이 거주지역에 보기 흉하게 걸려 있는 빨래 장면도 수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아이언맨3의 중국 버전과 관련해 인터넷에서는 비난글이 폭주했다. 중국 영화팬은 국민배우 왕학기와 판빙빙 출연 분량이 너무 적어 ‘끼워넣기식’ 모욕이라고 비난했고 일부는 중국 정부에 팔린 영화제작자들에 냉소를 보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