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양적완화 한달…그 영향은
일본은행이 대대적 양적완화를 단행한 이후 한 달 동안 금융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엔/달러 환율이 100엔대 턱밑까지 치솟았고 주가는 급등했다. 하지만 장기금리는 하락하지 않았고, 실물경제 파급효과도 미지수다.이처럼 ‘구로다의 실험’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총회 참석차 뉴델리를 방문한 구로다 야스히로 일본은행 총재는 2일(현지시간) “일본경제는 올해 중반부터 회복세가 뚜렷하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디플레 탈출 본격화하나=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한 달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일본 경제가 15년간의 디플레이션(장기적 물가하락)에서 벗어나 물가상승으로 전환한다는 기대감이 차츰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4일 구로다 총재의 무차별 돈살포는 엔저와 주가급등을 견인했다. 지난달 3일 달러당 93엔대 중반이었던 엔/달러 환율은 지난 2일 97엔대로 5%가량 상승했다. 닛케이 평균주가는 한 달 새 11% 올랐다.
엔저는 기업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엔저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돼 도쿄증시 제1부에 상장된 186개사의 2012회계연도(2012.4~2013. 3) 경상이익은 전년보다 14% 증가한 5조6190억엔(약 63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식시장 활황은 소비심리를 자극해 3월 소비자 지출은 전년 동월 대비 5.2% 상승, 9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대 물가상승률도 양적완화 이전 1.4%에서 1.66%로 0.3%포인트 올랐다.
▶장기금리 인하는 딜레마=하지만 장기금리는 일본은행의 의도와 정반대로 진행됐다. 양적완화 직후 한때 0.3%까지 떨어졌던 10년물 일본 국채 수익률은 지난 2일 0.56%로 상승해 완화정책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했다. 일본 국채 금리에 연동된 시중은행들은 이달부터 주택대출금리를 일제히 인상했다.
엔저 기세도 약화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엔저정책을 용인받은 후 주내 100엔 돌파가 예상됐지만 엔/달러 환율은 지속적으로 하락, 97엔대 초반까지 밀려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오구리 후토시 편집위원은 ‘왜 엔저는 1달러=100엔에서 멈췄나’라는 기고문을 통해 “일본 생명보험사의 외채 투자가 가시화하지 않았고, 1달러=100엔을 중심으로 한 통화옵션거래가 장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물경제까지의 파급효과도 아직 관측되지 않았다. 올해 임금인상률은 1.8%로 전년 동기 대비 0.03% 하락했고 설비투자나 생산도 눈에 띄게 늘지 않았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