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당 90%대 지지 불구
참의원 선거앞둔 민심은 반발
국민투표제도 정비뒤 추진
극단적 보수행보 수위 조절
개헌을 둘러싼 일본 정치권과 민심의 온도 차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국회의원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이어 과거 침략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등 극단적 극우 성향으로 자국 내 비판에 직면했던 아베 총리가 7월 참의원선거를 겨냥해 보수 수위를 조절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개헌에 대한 민심이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나자 7월 참의원선거 후 우선 국민투표 제도를 정비한 뒤 개헌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인 아베 총리는 1일 동행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 “우선 국민투표법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며 “국회에서 충분히 심의하고, 그 후에 (헌법) 96조로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현 상태로 개헌을 밀어붙였다가는 호헌파가 제도상 문제점을 지적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우선 국민투표 제도부터 정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또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개헌에 부정적이라는 점과 관련해 “공명당의 입장도 이해하고 있다”며 “성의를 갖고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수 우익의 오랜 숙원이던 군사 재무장이 아베 정권의 출현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 현실화되고 있지만 정작 일본 국민은 이에 반감을 표출했다.
일본 주요 언론들이 실시한 대국민 여론조사는 개헌 요건을 완화하는 헌법 96조와 평화헌법의 근간이 되는 헌법 9조를 개정하는 데에 반대 여론이 절반 이상을 넘어섰다.
일본 각계도 보수 정치권의 개헌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냈다. 우라베 노리호 고베대 명예교수는 “현 국회의원은 헌법을 손질할 자격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고, 저서 ‘생지옥의 천국’으로 유명한 아마미야 카린 작가는 “이것이 한 사람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매우 심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의 보수 3당은 90% 이상이 개헌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달 30일 중ㆍ참의원 전 의원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민당은 96%, 일본유신회 98%, 다함께당은 96%가 개헌을 지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당은 25%, 공명당은 11%에 그쳤다.
한편 사사에 겐이치로 주미일본대사는 1일(현지시간) 최근 과거사 논쟁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이미 깊은 사과의 뜻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아베 정권은 국회의원 168명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과거 침략 사실 자체를 부정한 것에 이어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까지 보여 동북아 평화 체제를 위협해왔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