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 붐은 ‘제2의 골드러시’로 불린다. 미국발 셰일가스 붐에 전 세계가 에너지 정책 새 판 짜기에 골몰하고 있다. 증시에서는 석유ㆍ화학주의 주가가 출렁이고 있고, 한때 신재생에너지로 각광받던 태양광에너지에는 의문 부호가 달렸다. 국내 건설업계에서는 셰일가스 수입이 본격화되는 2016~2017년을 대비해 셰일가스 플랜트 수주를 돌파구로 삼고 벌써부터 수주물량 파악에 분주하다. SK해운은 일본 종합상사인 마루베니와 합작회사를 설립, 미국산 셰일가스를 한국으로 들여오기로 했다. 한국은 미국과 FTA 체결국이어서 미국이 셰일가스를 수출할 수 있는 국가군에 포함돼 있기 때문. 이에 따라 한국은 이르면 2017년 미국 루이지애나 주 세이바인패스 LNG 기지로부터 연간 70만t의 셰일가스를 들여오게 된다.
미국발 셰일가스 파장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가 셰일가스 개발 붐의 선봉에 서 있고, 중국과 러시아 등 자원 부국이 뒤따르는 형국이다. 다국적 에너지기업 로열더치셸은 지난달 말께 중국 셰일가스 개발 사업을 중국 정부로부터 승인받았다. 중국은 세계 최다 셰일가스 매장량을 자랑한다.
러시아도 시베리아에 매장된 셰일가스전 개발에 시동을 걸었다. 러시아 민간 석유회사 루코일 부사장은 이달 초 시베리아 서부 바체노프 셰일가스전 개발로 향후 수년간 하루 1000만배럴의 원유 생산량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저로 대변되는 일본 아베 정권의 경제 정책은 수출에는 유리하지만 수입에는 취약하다. 따라서 일본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가격이 오를 경우 큰 손해를 보게 돼 셰일가스 수입에 명운을 걸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전 가동을 중단하고 LPG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에 의존 중인 일본은 이 같은 사정이 알려지면서 국제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LPG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입하고 있다. 여기에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저까지 겹치면서 일본 전력회사들은 전기요금 인상 요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베 내각은 셰일가스 개발 지원을 위해 1조원 기금을 신설하고, 지난달 19일 에너지를 좀 더 싸고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한다며 에너지 관계 각료회의를 출범시켰다. 이 같은 지각변동에 대해 중동과 남미의 전통적 산유국가들은 긴장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OPEC이 오랫동안 주도해온 세계 원유 시장에 미국발 셰일유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 석유장관 보좌관은 미국의 셰일유 개발 붐이 OPEC 산유국들에 “심리적 충격을 주고 있다”고 했다. 지난 11일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인 러시아도 이례적으로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이 자국 에너지 수출을 위축시킬 것을 우려하는 보고서를 냈다. 한편 4월 초 미국 석유 메이저 코노코필립스의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이 셰일가스 생산으로 석유 수출 여력이 생길 것이라며 원유 수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재계를 대변하는 CEO 모임인 비즈니스원탁회의는 3월 말 캐나다 오일샌드에서 채취한 원유를 미국 텍사스 정유공장으로 수송하기 위해 길이 2736㎞의 송유관 건설 프로젝트를 백악관이 즉시 승인하라고 촉구했다. 미국 간판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은 4월 8일 유전과 가스전 필수 장비인 인공회수기 제조업체 루프킨을 인수키로 하고 에너지기업으로 면모를 일신하고 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