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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을 웃게 한 셰일가스 혁명
천문학적 경제효과 美주도 전세계 셰일개발 투자 러시…운반용 철도 건설 등 산업계 파급효과 막대
셰일가스란, 모래나 진흙이 쌓인 지하 퇴적암층인 셰일층에 존재하는 가스다. 셰일은 퇴적암의 일종인 혈암으로, 태고에 호수나 해저 진흙이 퇴적돼 만들어졌다.

원유나 천연가스에 비해 깊은 곳에 있어 시추가 어렵고 품질도 낮지만, 매장량이 많다는 게 장점이다.

에너지원이 되는 가스는 전통적 가스와 비전통적 가스로 나뉜다. 셰일가스는 대표적인 비전통 가스 중 하나다. 전통 가스든, 비전통 가스든 성분은 같아 양산만 된다면 천문학적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 밖에 비전통 가스에는 셰일가스 외에 석탄층 메탄가스(Coalbed Methane Gas), 치밀가스(Tight Sand Gas), 가스 하이드레이트(Gas Hydrate) 등이 있다.



석탄층 메탄가스는 식물이 석탄으로 서서히 변화되는 과정에서 형성된 메탄가스가 석탄층에 남은 것이다. 간혹 석탄 채굴 현장에서 폭발을 일으키는 주범이지만 향후 잘 개발한다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치밀가스는 기존 석유나 천연가스 등 전통 가스와 같은 층에 존재하지만 토양 입자가 치밀해 투수율이 낮은 암층에 가둬져 있다. 셰일가스도 치밀가스와 비슷한 구역에 존재하나 치밀가스는 사암층, 셰일가스는 혈암층에 있다는 게 다른 점이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극지방 등 항상 얼어 있는 지역, 즉 영구 동토나 심해저의 저온 고압 상태에서 천연가스가 물과 결합해 생긴 고체 에너지원이다.


이들 비전통 가스는 대부분 매장량이 많아 미래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으나 현재 기술 수준으로서는 채굴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중에서 셰일가스는 풍부한 매장량과 함께 최근 채굴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다른 가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산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셰일가스 개발용 첨단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켜온 미국은 단연 이 방면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비전통 가스 중 셰일가스가 미국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의 도정에 올랐다.

▶미국이 주도하는 셰일가스 붐… 경제성은?=미국에서는 1800년대부터 셰일가스 개발이 추진돼왔다. 1825년 최초의 셰일가스 추출이 이뤄졌으나 기술 미비로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아 양산은 뒤로 미뤄졌다. 1940년 수압 파쇄공법, 1970년 수평정 시추기술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셰일가스 개발은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셰일가스의 혁신적 시추기술인 이 두 가지 기술을 복합 적용해 1990년대 후반 미국 바넷 지구에서 중소 규모의 에너지기업이 셰일가스 상업 생산에 성공한 것이다. 이어 기술 발전으로 수평 파이프 길이를 대폭 연장할 수 있게 돼 2000년대 중ㆍ후반부터는 셰일가스 붐이 일기 시작한다.

수평정 시추기술은 지표에서 수직 방향으로 시추해 들어가다가 가스 저장층에 진입하면 수평으로 가스를 시추하는 기술이다. 이 방법을 쓰면 시추정 하나를 뚫고도 몇 개의 시추정을 뚫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된다. 예를 들어 8개의 시추정을 뚫는 데에 800만달러가 든다면 수평정 시추기술을 쓰면 1개의 시추정을 뚫고 수평으로 8곳에서 시추할 수 있어 200만달러 안팎이 소요된다.


여기에 수압 파쇄공법으로 딱딱한 셰일층에 균열을 일으키면서 천연가스 흐름이 원활해져 셰일가스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셰일가스 탐사ㆍ개발 단가는 1000㎥당 2007년 73달러에서 2010년 31달러로 하락했다. 천연가스 개발 단가인 1000㎥당 46달러보다 더 하락해 경제성이 확보됐다. 이로 인해 천연가스 가격은 2008년 t당 0.19달러에서 2012년 1월 0.05달러까지 하락했다.

미국 에너지정보관리국(EIA)에 따르면,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은 2007년 1조2930억세제곱피트, 2008년 2조1160억세제곱피트, 2009년 3조1100억세제곱피트, 2010년 5조3360억세제곱피트 등 2008년과 2009년을 기점으로 획기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2009년 말 에너지기업인 엑손모빌이 당시 생소한 분야인 셰일가스 개발의 선두 주자 XTO에너지를 410억달러에 인수한 것과 무관치 않다. 거대 자본이 들어오면서 셰일가스 개발이 급속히 상업화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실제로 엑손모빌은 셰일가스 개발회사를 인수하면서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게 된다. 엑손모빌은 2010년 매출액 기준 포천 지 선정 ‘미 500대 기업’ 중 3위, 2011년 1위, 2012년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 선정 ‘글로벌 2000대 기업’ 1위에 올랐다.

▶제2의 골드러시… 셰일가스 운반용 철도도 뜬다=골드러시는 1800년대 중반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된 금을 채취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든 현상을 말한다. 셰일가스 붐은 제2의 골드러시로 불린다. 골드러시 당시 미국 동부와 서부를 잇는 철도가 개발됐듯이 제2의 골드러시를 맞아 다시 미국에 철도 건설 붐마저 일고 있다.

미국 양대 철도회사인 유니언퍼시픽과 BNSF(벌링턴노던샌타페이ㆍBurlington Northern Santa Fe) 철도회사는 셰일가스 붐의 영향으로 원유 수송량이 오랫동안 고공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원유 수송 설비 구축에 4억50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지난달 초 결정했다.

최근 석유회사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풍부한 미국 셰일가스 및 석유 공급을 위해 석유 수송용 탱크로리와 철도터미널 확충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왔다. 이 밖에 몇몇 화학회사도 철도와 연계된 새로운 시설을 건설 중이다.


최근의 가파른 철도 원유 수송량 증가는 최근 미국 산업계에 불어닥친 큰 변화상 중 하나다. 맷 로즈 BNSF 최고경영자는 “현재 52만5000배럴 수준인 하루평균 원유 수송량이 연말 70만배럴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하루 100만배럴 이상을 수송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루 100만배럴의 원유 수송량은 미국이 매일 파이프라인을 통해 들여오는 전체 원유 수입량의 약 40%에 달한다. 1월만 해도 BNSF의 원유 수송량은 하루평균 15만배럴에 불과했다.

유니언퍼시픽도 올해 들어 지금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의 배에 육박하는 원유를 수송했다. 로즈 유니언퍼시픽 CEO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지금과 같은 원유 수송 붐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셰일가스 붐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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