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2일(이하 현지시간)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내린 연 0.5%로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CNN머니는 30일 ‘지금이 아니면 언제 ECB가 금리를 내릴까’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실업률 고공행진과 인플레이션 급락 등 유럽 경기가 침체하면서 유로존이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유럽 침체 장기화=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4일 금융정책회의에서 “행동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말했지만 한 달이 지난 현재 유럽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안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9일 유로존의 4월 경제기대지수가 전달보다 1.5포인트 하락한 88.6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EU 27개국 전체의 경제기대지수도 1.8포인트 내린 89.7을 나타냈다. 유로존 의 견인차 독일마저도 흔들렸다. 독일의 4월 경제기대지수는 2.3포인트 하락했다. 앞서 독일의 4월 복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8로 6개월만에 50밑으로 떨어졌다.
실업률은 기록적으로 치솟았다. 스페인의 1분기 실업률은 27.2%로, 실업자 수는 600만명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프랑스의 실업자 수도 320만명을 넘어 2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는 유럽 경기 회복을 비관하면서 올해 마이너스 성장(-0.2%)을 전망했다.
▶인플레 하락=ECB 금리인하의 마지막 ‘장벽(barrier)’이었던 인플레이션 압력도 완화됐다. 독일 물가상승률 2년 7개월래 최저를 기록했다. 독일 연방통계청은 29일 독일의 4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CPI)은 1.2%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EU기준으로는 전달에 비해 0.7%포인트 하락한 1.1%로, ECB가 정한 인플레이션 관리 상한선인 2.0%를 크게 밑돌았다.
▶‘긴축→성장’ 논란 확산=유로존 안팎에서 확산되는 긴축 회의론은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헤지펀드의 제왕’ 조지 소로스 등 민간 뿐만 아니라 IMF와 미국이 유럽에 부양을 촉구하고 있고, 주요 20개국(G20)도 최근 회의에서 긴축 속도조절 을 요구하고 나섰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수뇌부는 긴축은 충분치 않다며 성장전략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공공연히 했다.
▶유로화 강세=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일본은행(BOJ)의 무차별 돈살포도 ECB에게는 부담이다. 고삐풀린 글로벌 유동성이 유로화 가치를 끌어올려 채무위기로 고통받는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에 수출 경쟁력 악화라는 이중고까지 주고 있다. CNN머니는 이같은 세계 중앙은행의 양적완화가 ECB의 금리인하 압력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변수도 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지난 26일 독일은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며 이례적인 구두 개입을 했고, ECB의 금리인하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미 금리가 최저 수준이기 때문에 금리를 추가로 내려도 위기국 기업의 여신 경색이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ECB도 금리 인하가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실질 금리 인하로 이어질지는 확신하지못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