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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타나베 부인 속속 귀국…급격한 엔저 환차익 실현ㆍ부동산 증시로 투자 선회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무차별 엔화 살포로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이른바 ‘아베노믹스’가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일본은행의 대규모 양적완화로 일본 증시가 폭등하자 해외로 나갔던 이른바 ‘와타나베 부인(일본계 투자자금)’이 환차익과 국내 주식투자 등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속속 귀국길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자금의 본국 송환이 늘면서 금방이라도 달러당 100엔을 돌파할 기세였던 엔화 가치 하락세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이나 유로존(유로화사용 17개국)의 국채를 대거 사들일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해외 자산을 매각해 본국으로 송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일본 투자자들이 급격한 엔저에 따른 환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해외 투자 자산을 매각, 엔화로 바꿔 놓으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 77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이 최근 99엔으로 7개월 만에 28% 급등한 것에 따른 환차익 실현 욕구가 커진 데다, 일본은행이 푼 돈이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몰리면서 오히려 일본 내 투자열기가 고조되자 해외로 빠져나간 일본 자금의 국내 송환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투자자들이 국외에서 팔아치운 금융자산 규모가 사들인 금액을 넘어서는 순유입이 3개월 연속 이어졌다. 아베노믹스가 본격화한 올 1~2월 총 5조114억엔(약 56조3800억원)이 순유입됐다. 3월에도 재무성 잠정 집계 결과 2조3507억엔이 자국으로 되돌아왔다. 금융투자가 3개월 연속 순유입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02년 4월 이후 처음이다.

본국으로 돌아온 일본 자금은 증시와 부동산으로 향하고 있다. 아베노믹스 효과로 일본의 닛케이 평균주가는 올 들어 19.3% 올랐다. 닛케이225지수도 이달 들어서만 12% 상승했다. 또 주가 상승률 상위 10개 종목 중 5개 종목이 부동산 관련주일 정도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열기도 뜨겁다.

본국 송환 자금에 일본 증시로 몰려드는 외국 자금까지 겹치면서 1달러=100엔 돌파도 제동이 걸렸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주 초 한때 99엔대 후반까지 치솟으며 100엔 턱밑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기세가 꺾이면서 이번주 초반 97엔대까지 밀려났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엔/달러 환율 향방은 일본의 생명보험사와 연기금이 얼마만큼 움직여 주느냐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일본 미즈호은행 관계자는 “생보사와 연기금이 다음달 해외 자산 매입에 나설 것이 확실해 보이지만, 이들 보험회사가 국외 채권을 환헤지 없이 사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는 엔화 가치 하락의 범위를 제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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