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대신 자국 돈묻어라”
美·英·포르투갈등 잇단 감면행보
OECD ‘각국 정부 투자개입’ 경고
국내에서는 정년 연장 의무화와 대체 휴일제 등 이른바 경제민주화 입법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은 ‘기업 조세 감면’ 등 다국적 기업들의 투자유치를 위한 정책을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어 주목된다.
29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 등 기업 세금이 낮은 나라들이 해외투자 유치를 싹쓸이하면서 이에 자극받은 미국과 영국, 포르투갈 등이 속속 기업 조세 감면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해외직접투자(FDI) 유치의 선두그룹인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가 지난해 유치한 금액은 5조8000억달러로, 미국ㆍ영국ㆍ독일 등 3개국의 투자유치금액 총합보다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지난해 말 기준 3조5000억달러를 유치했고, 이 금액 중 실제 네덜란드 경제에 투입된 투자액은 5730억달러였다. 5730억달러 외 약 3조원가량의 투자유치액은 세금감면을 위한 특수목적법인으로 갔다. 룩셈부르크 역시 지난해 2조2800억달러를 유치했다. 이처럼 다국적 기업들이 세금이 낮은 나라들을 오가며 계산기를 두드리고 나서자,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도 해외 투자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기업 조세감면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국 오바마정부는 이번달 제출한 예산안에서 35%인 자국의 기업세율을 더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영국도 기업 조세 감면 확대 정책에 가세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최근 “글로벌 경쟁에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며 자국의 기업세율을 20%로 낮추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업세율 20%는 G20 국가의 기업세율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포르투갈 정부도 지난주 78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게 된 와중에 자국 기업세율을 24%로 낮춘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정부 정책에 따라 비즈니스하는 기업을 비난할 수는 없다”면서도 특정 국가가 해외투자를 싹쓸이하는 현 상황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