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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민생 추경에 선심성 쪽지까지 내민 與野
국채까지 발행하며 실물경제를 살리려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안이 갈수록 본질과 동떨어지고 있다. 정부 각 부처가 민생과는 거의 무관한 부처 숙원사업 해결을 위해 수백억원대의 예산을 앞다퉈 배정해 지탄받더니, 이번에는 여야가 추경 증액을 틈타 지역 민원 해결용 예산배정에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추경은 심각한 경기침체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나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했을 때 일정 예산을 추가 책정해 국가 차원의 위기관리에 사용하는 예산이다. 국가가 빚을 더 지게 되거나 국민이 세금을 더 내거나 결국은 궁여지책인 것이다. 그런데 이번 국회 상임위 추경심사 내역을 보면 일자리 창출 등 경기부양과 민생경제 활력회복을 위한 추경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마치 예산 심의 때마다 국민적인 지탄을 받아 온 지역구 민원성 ‘쪽지예산’에다 ‘밀실야합 예산’을 합친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회 국토위다. 국토위는 25일 추경에 4304억원을 증액하는 조정안을 의결하면서 대부분 도로와 지하철 등 지역 현안을 채워 넣었다. 이 가운데 100억원대 이상이 편성된 사업만도 17건에 이른다. 대구 지역 한 의원은 지역구 지하철 공사에 500억원 추가 배정을 요구하면서 해당 지자체가 동일 액수 매칭 규정까지 어겼다. 한 호남 의원이 100억원대 사업비를 따내면 국토균형발전을 명목으로 영남 의원이 증액안을 포함시킨 경우도 있다. 추경에서조차 ‘나눠먹기’가 이뤄진 것이다.

물론 토목공사로 어느 정도 일자리가 창출되고 또 지역 간 균형을 이루는 문제도 전혀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것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대부분 불요불급한 것으로 국가 예산 집행을 위한 기본요건도 갖추지 못한 것이 수두룩하다. 예산소위 심사에 참여한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추경을 심사해야 할 국회가 추경의 의미를 스스로 퇴색시켰다”며 “이날 정해진 지역예산을 보면 정말 낯 두껍다는 말이 딱 맞다”고 탄식했다. 상황이 어떤지 쉽게 짐작된다.

앞서 정부가 제출한 추경예산을 보면 3건 중 1건이 각 부처 숙원사업 해결용으로, 경기부양을 위한 세출확대분의 절반에 이르는 2조5000억원이나 돼 정부 스스로 ‘황당 편성’ 논란을 야기했다. 이를 바로잡아야 할 정치권이 지난 연말 수천건의 쪽지예산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스스로 다짐한 쇄신 약속을 저버렸다. 정부 따로, 국회 따로 추경의 본질을 훼손하고도 수출과 내수를 살리고, 중소기업을 북돋우고 일자리를 창출해낸다는 것은 한마디로 난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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