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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구도 안믿는 EU
재정난 지속 회원국 신뢰도 추락
獨 독주속 경제 양극화도 한몫
WSJ “유로화, 메르켈에 달렸다”




유럽연합(EU)의 위상이 무너지고 있다. 3년간 지속된 재정위기 피로감 속에 회원국의 EU 신뢰도가 급격히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의 양극화도 유럽 자부심에 생채기를 냈다. 역내 1위 경제대국인 독일만 독주할 뿐 그 외 지역은 마이너스 성장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4일(현지시간) “유럽 신뢰도가 기록적인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EU 여론조사기관인 유로바로미터가 EU의 6대 회원국(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폴란드)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EU를 기구로서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년 새 절반 이상 증가했다. 이들 6개 국가는 5억명 유럽 전체 인구의 70%(3억5000만명)를 차지하고 있다.

EU 비신뢰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스페인(72%)으로 나타났다. 재정난에 신음하고 있는 스페인은 2007년 23%에서 3배 이상 급증했다. 이어 영국 69%(2007년 49%), 독일 59%(2007년 36%), 프랑스 56%(41%), 이탈리아 53%(28%), 폴란드 42%(18%) 순으로 나타났다.

신문은 재정위기로 인한 “막대한 구제금융과 재정지출 삭감으로 ‘유로 회의론(Euroscepticism)’이 힘을 받고 있다”면서 이는 “남ㆍ북 유럽을 불문하고 역내 모든 지도자들에게 악몽”이라고 전했다. 이어 “유로 회의론은 (경제보다) 정치ㆍ민주적 합리성에서 훨씬 더 큰 위기를 시사한다”고 경고했다.

유럽외교관계이사회(ECFR)의 조제 잉나치오 토레브랑카 마드리드 사무소 대표는 “현재 역내 시민들이 유로화 위기를 겪으면서 자국 민주주의가 전복되고 있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경제 양극화도 ‘하나의 유럽’에 불신을 갖게 했다. 유로존 위기 해법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독일만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2.4%로 플러스 성장을 보이고 있을 뿐, 그 외 지역은 실업률 고공행진과 마이너스 성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독일은 유럽 내 패권을 유지하려 하면서도, 유로존 구제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로의 미래에 대한 앙겔라 메르켈의 승부수’라는 제하의 기획기사에서 “유로화의 존속 여부는 상당 부분 메르켈 총리 전략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오는 9월 3연임에 도전하는 것을 상키시키면서, 그의 어젠다가 향후 수년간 유럽 위기 대응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 국민은 메르켈 총리가 유로화를 구하고 자국 세금납부자들의 돈을 보호해줄 적임자로 여기고 있지만, 유로존 침체가 지금까지보다 더 심하게 독일을 공격한다면 메르켈 총리가 접근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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