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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연의 문화스포츠 칼럼..‘싸이와 저작권’
가수 싸이가 신곡 ‘젠틀맨’을 준비하면서 브아걸의 ‘시건방춤’ 안무자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했다는 이야기가 세간의 화제다. 

듣자하니 국내에서는 ‘안무’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안무 자체에 저작권료를 지불한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싸이가 지불한 금액은 일종의 사례비 성격이라고 용어를 ‘정정’하는 기사도 있었다. 명칭이 무엇이든 확실한 것은 싸이가 ‘시건방춤’의 사용 대가를 지불했고, 이것이 대통령까지 나서서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한 모범사례라고 평가할 만큼 전에 없는 특별한 ‘사건’이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싸이는 공연 전체를 도용했다는 등, 말춤이 표절이라는 둥 구설에 시달려야 했다. 그와 관련해 창작자에 대한 저작권의 대우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안무가의 권리, 공연 도용문제 관련 논의가 잠시 이어지기도 했다. 

그게 다 ‘강남스타일’이 가져온 싸이의 유명세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공연 관련 분야의 창작행위가 저작권의 영역에서 판단내리기 애매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표현’은 보호하지만 ‘아이디어’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저작권법 자체의 적용범주가 그 애매함을 배가시키고, 그로 인해 창작자가 겪는 억울한 일도 늘어난다.

미술의 경우 작가의 영상작업이나 퍼포먼스작업의 핵심개념 또는 표현방식이 작가와의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광고에 그대로 사용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이때 광고가 차용한 부분은 ‘아이디어’로 여겨지기 때문에 작가는 이와 관련해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다.

현대미술에서는 ‘아이디어’ ‘콘셉트’가 작업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작업’을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은 황당한 일이다(심지어 그의 ‘창작물’이 아무런 대가도 없이, 일체의 사전협의도 없이 상업적으로 마구 이용되면, 작가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에선 뾰족한 방법이 없으니 이런 일을 겪는 작가는 그저 속만 태울 뿐이다).

혹자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성공한 비결 가운데 한 가지가 ‘저작권 방임’이라고 분석하면서 너무 고지식하게 저작권을 주장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가 주목받은 유튜브에서는 저작권이 있는 많은 작품이 ‘불법적’으로 게재되는 경우가 있지만, 요새는 유튜브가 워낙 작품의 홍보와 매출을 위한 효과적인 창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저작권자가 저작권을 느슨하게 행사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싸이의 경우도 사용자가 그의 작업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놓았기 때문에 각종 패러디가 폭발적으로 등장했고, 그것이 그의 인기를 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즉,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는 것이 예술 창작의 의지를 방해한 게 아니라 문화예술 창작에 기여하고, 또 저작권자의 작품을 널리 알리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이건 ‘가진 자’의 여유일 뿐, 창의력 넘치는 아이디어를 생산해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다수의 창작자는 힘들고 억울하다. 따라서 이들의 ‘지적재산권’을 제대로 인정해주고 보호해주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글=김지연/미술비평가,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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