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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큰손들, 주택 집중구매.. 우려반 기대반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미국의 큰손이 주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빈사 상태의 미국 부동산 시장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 부동산 버블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시간) 헤지펀드 매니저, 월스트리트 투자자 등 기관투자자가 금융위기 이후 값이 급락한 미국 주택을 사들여 다시 팔거나 세를 놓으며 두자릿수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큰손이 엄청난 자금을 주택 구입에 퍼붓자, 주택 구입을 알아보던 개인투자자는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큰손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에 결국 버블이 생기면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줄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플로리다 지역 부동산공인중개사인 젝 멕카베는 “이런 상황에서는 월스트리트나 은행, 최상위 1% 부자만 큰 수익을 올리게 된다”며 “소득이 낮은 미국인은 주택 구입을 바탕으로 재산 형성으로 이어지는 아메리칸드림을 실현할 기회를 영영 갖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플로리다 현지 공인중개업체에 따르면 현재 기관투자자는 하루에 수백채씩 집을 사고 있으며, 이들의 거래량은 전체의 70%에 육박할 정도다. 미국 내 다른 지역에서도 이들의 거래량은 전체의 과반수를 넘고 있다.

WP는 실업률이 높고 주택담보대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최근 들어 미국 전역에서 집값이 오르는 기현상의 원인은 바로 이런 기관투자자가 계속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애리조나 주의 주도인 피닉스는 집값이 23% 올랐고, 라스베이거스는 15%, 탐파 9%, 마이애미는 11% 올랐다. 또 전국 주택값은 평균 8% 이상 올랐다.

큰손의 주택 매입과 관리를 도와주는 타이틀자산운용사 공동대표인 스콧 크란즈는 “개인 차원이 아니라 기관투자자 선에서 부동산 자산을 상당히 많이 매입한 것은 사실”이라며 “집을 필요로 하는 개인은 당장 일자리 문제, 대출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고 있을 것이나 현재 모든 경제지표에서 그런 문제가 해결될 조짐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현금 거래를 하는 기관투자자는 부동산 시장에서 최고 강자다. 대출에 의존해 주택을 사려는 개인은 시장 판도를 훤히 꿰뚫고 있고 현금 거래를 하는 기관투자자를 당해내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포트로더데일 지역 부동산공인중개업자인 로버트 루소토는 “기관투자자 때문에 개인이 집을 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개인은 현금으로 승부하는 기관투자자 때문에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가 진행한 20개의 부동산 계약 가운데 17건이 큰손이라고 귀띔했다.

주택가격 폭락 전에는 기관투자자가 투자금 회수가 늦고 산발적으로 퍼져 있는 자산관리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가정주택 투자를 외면해왔다. 그러나 금리가 낮고 주가도 오른 상태에서 가정주택 투자가 미래 고수익을 보장할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면서 가정주택에 기관투자가 쏠리게 된 것이라고 WP는 진단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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