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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기업을 움직여야 돌파구가 열린다
기업 기초체력이 현격히 약해지고 있다. 안정성과 성장성은 떨어지고 기껏 벌어봐야 이자도 못 내는 기업 수가 늘고 있다. 18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012 기업경영분석’을 보면 기업들이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한눈에 드러난다.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영업 이익률은 4.8%에 불과했다. 한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가장 좋지 않은 실적이다. 최악의 상황이었다는 금융위기 때(2008년)도 5%대 중후반은 유지했다. 매출액 증가율, 이자보상비율 등도 눈에 띄게 나빠졌다. 이런 약골 체질로 기업을 끌고 간다는 게 ‘기적’일 정도다.

그러나 경영 환경은 나아지긴커녕 더 악화되고 있다. 회복 징후가 조금씩 엿보이고 있다지만 글로벌 경기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핵 불바다’ 운운하며 전쟁불안감을 조성하는 북한의 도발적 행태도 부담스럽다. 벌써 7분기째 이어지는 0%대 성장은 요지부동이고, 새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는 현란한 수사와 장밋빛 전망만 난무할 뿐 손에 딱 잡히는 건 없다. 어디를 둘러봐도 기댈 구석은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기업들이 움직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어렵다고 아우성치면서도 부채비율은 93.8%로 오히려 전년 대비 5.5%포인트나 낮아졌다. 기업들이 바짝 엎드린 채 방어적 경영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상장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투자를 당부하지만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그런 점에서 맥킨지 한국보고서 연구진이 최근 한 기고문을 통해 “한국이 북한 핵 위협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일지 몰라도 경제성장 전략이 작동을 멈춘 것은 엄포로 여겨선 안 될 것”이라는 지적은 경청할 만하다. 성장의 동력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는 무시무시한 충고다.

어떻게든 기업이 움직여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사상 두 번째 규모라는 추가경정 예산은 경기를 부양하는 데 집중돼야 한다. 불합리한 대기업 관행은 바로 잡아야겠지만 과도한 경제민주화로 기업을 위축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하경제양성화도 지나치면 안전금고 수요만 늘릴 뿐 돈이 돌지 않는 역효과를 유발한다. 이미 그 징후도 포착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ㆍ소기업의 의욕을 북돋워 줄 다양한 지원대책을 더 고민하기 바란다. 이들이 튼튼하게 자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건강한 기업생태계가 조성돼야 경제의 기초체력이 강해지고 균형도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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