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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아기 순산” 한마디에…트루먼<2차 세계대전 당시 美대통령>은 핵무기 개발을 알고 있었다
세계 역사를 바꾼 암호들
원자폭탄 개발 성공 메시지 담겨
결국 2차 세계대전 종식 이끌어

“페르시아 왕이 쳐들어 갈 것이다”
암호문 입수 스파르타 300인 전사
페르시아 수십만대군에 맞서 승리

카이사르, 암호 풀고도 피살 비운



암호는 세계사의 흐름도 바꿨다.

때로는 우연처럼, 때로는 필연처럼 암호는 세계사의 결정적인 순간에 ‘신의 한 수’로 작용했다.

세계 최초의 전쟁으로 꼽히는 페르시아 전쟁(기원전 492~479년)에서도 암호는 승부의 물길을 바꾸었다. 물론 세계 최초라는 건 서양적 관점이고, 서양 문헌에 기록된 가장 오래된 전쟁이라는 얘기다.

이 전쟁의 서막인 테르모필레 협곡 전투는 영화 ‘300’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로마 역사가 헤로도토스의 저서 ‘역사’에 따르면, 스파르타의 레오니다스 왕은 300명의 병사로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의 수십만 대군에 맞서 싸웠다. 300인의 전사는 테르모필레 협곡의 지형적 이점을 활용해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이틀이나 버텼다. 이를 계기로 전열을 재정비한 아테네는 1년 후 세계 4대 해전 중 하나로 꼽히는 살라미스 해전에서 페르시아군을 대파했고, 결국 이 전쟁에서 승리했다.

▶페르시아 전쟁의 ‘신의 한 수’ 암호=스파르타 300인의 전사가 미리 협곡에서 페르시아군에 대비할 수 있었던 것은 페르시아 왕이 곧 침공할 것이라는 암호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당시 스파르타 왕위에서 물러나 페르시아에 머물던 데마라토스는 나무 위에 “페르시아의 왕이 쳐들어갈 것”이라고 쓰고 그 위에 밀랍을 발라 스파르타로 보냈다. 이를 받아본 스파르타인들은 그 의미를 알 수 없었으나 밀랍 아래에 글씨가 있다는 걸 알아낸 레오니다스 왕의 아내 ‘고르고’ 덕분에 이 사실을 그리스 도시국가에 미리 알릴 수 있었다. 페르시아 전쟁이 세계 최초의 전쟁이라면, 이 암호문은 세계 최초의 전쟁 암호문이고 고르고는 최초의 적국 암호문 해독자가 된다.

만약 고르고가 그 암호를 해독하지 못했다면 그 유명한 테르모필레 전투도 없었을 것이고, 페르시아 전쟁의 승패도 달라졌을 것이다.

서양 최초의 암호장치인 스키테일(Scytale)도 이 무렵에 나왔다. 테이프처럼 가늘고 긴 양피지를 펴면 아무 의미 없는 글자가 나타나지만, 이를 송곳처럼 끝이 가는 막대기에 감으면 통신문이 나타나는 형식이다. 고대그리스 군대 사령관들의 비밀 통신에 사용된 이 암호장치는 훗날 스파르타가 전쟁에서 연전연승을 거듭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줬다.

 
고대그리스에서 사용된 최초의 암호장치 ‘스키테일(Scytale)’

▶암호 풀고도 암살당한 카이사르=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로마의 이름으로 유럽 전역을 통일하고, 제왕적 위치에 올라 공화정 주도의 로마제국을 황제 중심의 국가로 바꿔놓은 영웅적 인물로 기록에 남아 있다. 로마 밖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유럽 천하를 통일한 그였지만, 허무하게도 로마 원로원 회의에 참석했다가 암살당하는 운명을 맞게 된다.

그의 암살 사건에서 암호는 역사의 물줄기를 뒤흔드는 역할을 할 수도 있었다.

이날 원로원 회의에서는 카이사르의 칭호를 이탈리아 외 속주에서 황제로 하자는 결의안이 부쳐질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공화정으로 운영되던 로마에서 공화주의자들의 반발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원로원 회의에 도착하기 직전, 카이사르에게 암호로 된 서신이 전달됐다. 이 암호문에는 “암살자를 조심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카이사르는 이 암호문을 읽었지만 원로원 출석을 강행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암살을 피하지 못하고 파란만장한 생애를 마감했다.

▶ ‘아기 순산’=핵무기 제조 성공?=제2차 세계대전 중 핵무기를 누가 개발하느냐는 전쟁의 승패에 직결되는 것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5년 7월 16일,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건강한 아기를 순산했다”는 메시지를 받고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이 메시지는 ‘그동안 연구해 온 원자폭탄 개발에 마침내 성공했다’는 뜻의 암호였기 때문이다.

독일과 연합군의 전세가 엇비슷할 때 전세를 반전시킨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도 암호가 사용됐다. 당시 연합군은 프랑스인에게 친숙한 시 ‘가을의 노래’를 암호로 정해 영국의 BBC방송에서 전반부를 읽으면 상륙작전 임박, 후반부를 읽으면 48시간 이내 작전 개시의 의미로 사용했다고 한다. 실제로 디데이(D-Day)인 1944년 6월 6일을 앞둔 6월 1일에는 BBC방송에서 이 시의 전반부, 6월 5일에는 후반부가 방송됐다.

이와 같이 암호는 세계사의 결정적 순간마다 흐름을 바꿔놓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밖에도 암호는 인류사와 함께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왔다. 현대에는 더욱 복잡하고 다양한 형식으로 전쟁을 비롯해 각국 정보기관의 정보전, 기업의 산업스파이활동, 스포츠 경기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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