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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7급은 안된다는 편협한 예비 변호사들
변호사는 하위직 공무원을 해선 안 된다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의 특권 의식이 놀랍고 어처구니없다. 최근 부산시가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를 7급 공무원으로 채용하겠다는 공고를 내자 로스쿨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발칵 뒤집어졌다고 한다. 이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를 비난하는 글이 봇물을 이뤘다. 개중에는 “법조계에 대한 모독”이니, “썩은 떡밥을 무는 지원자는 신상을 털자”는 격한 반응도 있었다. 예비법조인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인 균형감을 상실한 사고의 편협함이 보기에 딱하다.

로스쿨생들이 펄쩍 뛰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변호사 자격을 획득하느라 들어간 비용과 시간, 노력에 비해 7급은 그 격이 터무니없이 낮다는 것이다. 물론 변호사제도가 도입된 이래 수십년 동안 누려온 특혜에 비하면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의 현실은 사법연수원 문을 나서기도 전에 모셔가던 시절과는 다르다. 실제 신임 변호사가 원하는 대우를 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자리는 극히 한정적이다. 대형 로펌과 일부 대기업 법무담당 정도일 것이다.

그나마 대기업들도 이들에 대한 직급과 연봉을 점점 낮추는 추세다. 앞으로 매년 2000명 이상의 변호사가 배출된다. 공급이 늘고 수요가 정체되면 ‘몸값’이 떨어지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인 시장현상이다.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라는 것이다.

오히려 변호사 7급 공무원 채용은 로스쿨생들이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변호사의 법률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의 저변이 더 넓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스쿨생들이 다른 지자체에 부산시처럼 하위직이라도 법률 전문가를 더 많이 채용하라고 요청하는 게 현실적이고 앞뒤가 맞는 논리다. 얼마 전 열린 로스쿨 취업박람회에서 변호사들의 구직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보여주지 않았는가. 자격을 취득하고도 아예 법률과 관련없는 일자리를 찾아가는 변호사도 적지 않다고 한다.

시민들이 각종 법률서비스를 쉽게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법률 시장도 커진다. 법률 소비자들의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게 로스쿨의 설립 취지이기도 하다. 공공기관을 비롯해 일반 기업까지 변호사 채용을 늘리는 추세다. 부산시의 7급 채용도 이런 세태 변화의 일환이다. 7급이 아니라 8급, 9급이라도 변호사의 영역을 확대해 가는 게 시대의 흐름이다. 변호사가 특별한 존재로 인식되고 의뢰인에게 군림하던 시대는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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