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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박승윤> 1분기 GDP발표가 기다려지는 이유

우리나라는 한은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뒷북치기’ 금리 정책이 빈번히 이뤄진 데 따른 업보다. 그래서 이번에 금리를 동결한 한은의 결정이 제대로 된 것인지 1차로 검증할 수 있는 1분기 성장률이 기다려진다.




정부가 17조3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경기 살리기에 나섰다. 정부출연기금의 지출도 2조원 늘린다. 한국은행은 지난주 확대한 총액한도대출은 매칭펀드여서 3조원을 늘리면 중소기업이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자금 규모는 6조원에 달한다. 총 25조원 넘는 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한 양도소득세ㆍ취득세 감면도 조만간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정ㆍ세제 정책이 총동원됐다.

남은 것은 통화정책이다. 그런데 한은은 지난 11일 열린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75%에서 동결했다.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했던 채권시장은 요동쳤고, 정부ㆍ여당은 노골적으로 한은 결정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경기 회생을 위한 정책 공조에 어깃장을 놓은 독불장군으로 낙인찍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졸지에 한은의 독립성만 사수하는 ‘투사’로 부각됐다. 하지만 김 총재는 한은의 독립성과는 거리가 멀다. 취임 직후부터 한은도 정부의 일부라며 정책 조합을 강조했다.

그래서 궁금했다. 김 총재가 굳이 새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는데 왜 정책 공조를 하지 않았는지. 한은 당국자에게 금리 동결의 속내를 들어봤다. 한은은 성장 속도를 중시했다. 올 연간 성장률 전망을 2.6%로 낮췄지만 반기별 전망치는 상반기 1.8%, 하반기엔 3.3%다. 하반기에 상대적으로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데 지금 금리를 낮추면 물가 등에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를 내리더라도 돈맥경화 현상 때문에 투자로 연결되지 못하는 소위 ‘유동성 함정’의 어려움도 호소했다. 일단 추경과 규제 완화 정책 등을 펼치고 효과를 보면서 금리 정책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다.

현재의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데 대해 정부와 한은의 인식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김 총재는 새해 들어 줄곧 경기 회복에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박근혜 정부의 경제팀은 연초부터 경기 침체의 골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래서 오는 25일 발표되는 1분기 경제성장률 속보치가 얼마나 나올지 관심이다. 작년 말까지 7분기 연속 0%대를 기록한 전분기 대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올 1분기에도 0%대 성장이 확실하다. 하지만 0%대라 해도 0.5%보다 높으냐 낮으냐는 큰 차이가 있다. 한은은 0.8%, 정부는 0.5% 이하로 추정하고 있다. 0%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하면 한은과 김 총재는 경기 예측을 잘못했다며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를 것이다.

미국의 경우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시장 전망엔 모든 경제주체들이 일단 수긍한다. 경기 예측과 판단에 대한 권위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한은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뒷북치기’ 금리 정책이 빈번히 이뤄진 데 따른 업보다. 그래서 외부의 전방위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금리를 동결한 한은의 결정이 제대로 된 것인지 1차로 검증할 수 있는 1분기 성장률이 기다려진다. 우리도 미국처럼 한은 총재의 발언이나 금리 결정에 대해 경제주체들이 한 번쯤 되새김해볼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길 바란다.
 

parks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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