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금값 하락에 웃는…인도는 金매수 열풍
홍콩 판매량 50% 증가
중국은 예상밖 관망세


“안전자산 ‘불패신화’ 금을 사자.”

33년 만의 금값 대폭락으로 아시아 보석상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금을 사려는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기 때문이다.

기록적인 폭락으로 글로벌 금 투자 큰손들은 금을 투매하느라 바빴지만,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소비자들은 저가에 금을 매수할 절호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아시아 전역에서 금 매수 열풍이 불었다”며 “이들 열기가 아시아에서 금 거래 호가를 1% 이상 끌어올려 금값 하락을 막는 데 일조했다”고 보도했다.

인도 델리의 중년 남성 압둘 슙한(57)은 “다음달 딸이 결혼한다”며 “금값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금을 사러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금이 더 싸질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은 금을 사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도는 세계 최대 금 소비국이다. 웨딩시즌(4~6월)을 맞은 인도에서는 신부에게 금을 선물하는 전통이 있어 이번 금값 폭락을 더욱 반겼다. 4g짜리 귀고리 1쌍이 1만루피(한화 20만6000원)에 거래돼 1주일 전 가격인 1만2000루피보다 싸졌다.

홍콩에서는 금 판매가 평상시보다 50% 이상 늘었다. 결혼예물부터 금괴까지 소비 폭도 넓었다. 보석상 주인 제이슨 펑은 “지난 10년간 이처럼 ‘미친’ 금값 하락은 본적이 없다”며 “매장 내 가격라벨도 15분에 한 번씩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는 매장 점원이 들이닥치는 손님을 상대하느라 점심도 건너뛰었다. 이들은 “금동전과 금괴의 수요가 폭발적이어서 수급에 문제가 생길 정도”라고 우려했다.

중동 상품거래의 허브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도 금을 사려는 손님이 매장 문을 열기도 전부터 줄을 섰다. 주얼리 매장을 운영하는 알 미그나스는 “금을 평소 하루 평균 1~1.5kg을 팔았는데 지난 이틀간은 최소 10kg을 팔았다”고 말했다.

엔저(엔/달러 환율 상승) 여파로 엔화 표시 금값이 치솟은 일본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장롱 속 금을 비싼 가격에 팔러 나온 사람이 많았지만, 이번 금값 폭락으로 상황이 역전됐다. 금값 추락은 일본에서 거래정지 사태까지 불러일으켰다. 도쿄상품거래소에서는 금 가격이 최대 하락폭까지 떨어지자 15일 이래 3번이나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했다.

이와는 반대로 전통적으로 금을 좋아하는 중국에서는 예상 밖의 관망세가 이어졌다. 중국에서는 금을 사고 팔려는 손님이 동시에 조용히 늘었다. 신문은 중국인들이 보통 역투자에 베팅하기보다 금값 추이를 따르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이틀 동안 200달러가 빠졌던 금값은 16일 상승반전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물 금은 전날보다 26.30달러(1.9%) 오른 온스당 1387.30달러에 장을 마쳤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연재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