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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값 추가하락 우려…원자재 슈퍼사이클 ‘죽음의 종’ 울리나
키프로스 재정확보 위해 金 매도 우려
美 경기둔화·달러강세 기조 예상
“금 더이상 안전자산 아니다”

원자재 재고로 대량매각 이어져
글로벌 자금이탈 가속화 전망도


국제 금 가격이 30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면서 올해가 원자재 슈퍼 사이클에 죽음의 종소리가 울리는 해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몰아친 국제 원자재시장의 블랙먼데이에도 불구하고 급값은 단기간에 더 요동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몇 년 1500~1700달러 선을 유지했던 금값이 연내 1265달러까지 주저앉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선진국의 대규모 양적완화로 국제원자재시장의 ‘버블붕괴’가 시작됐다는 얘기다.

▶원자재 가격 하락 4대 원인=금을 포함한 원자재값의 하락 원인은 크게 4가지로 지적된다. 키프로스 구제금융, 미국의 경기 둔화, 달러화 강세 기조, 원자재 재고 부담 등이다.

금값 하락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되고 있으나 가장 큰 원인으로 키프로스 구제금융이 꼽히고 있다. 당초 구제금융 자금은 170억유로로 예상됐으나 실제 230억유로의 자금이 필요하게 됨으로써 키프로스 정부는 10t가량의 금을 팔아 재정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이와 함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나 포르투갈도 금 매도에 나서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시장에 반영돼 하락을 야기했다는 전망이다.

미국은 시퀘스터(자동예산삭감)가 시행되며 경기 전망을 어둡게 봤고 미국 경제가 완전한 회복세를 기록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이 잇따랐다. 일부 전문가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2%로 예상하기도 했으며 지난달 소매 판매는 2월 대비 0.4% 줄어들었고 4월 소비자신뢰지수도 9개월 내 최저치인 72.3을 기록했다.


일본중앙은행(BOJ)의 양적완화와 환율정책은 상대적인 달러 강세를 이끌어냈다. 엔/달러 환율은 15일 기준 97.09엔으로 98.92엔보다 하락했으나 이는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인한 일시적인 하락이며 그동안 전반적인 엔화 약세를 유지해 왔다. 달러화 강세는 원자재시장에서 자금이탈을 가져오며 금 같은 원자재의 매각을 이끌어낸다. 금 상장지수펀드 SPDR는 10일 금 17t을, 11일엔 2.1t을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동성이 적은 많은 양의 재고 보유는 원자재 대량 매각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 하락을 가져오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원유 재고는 3.89억배럴로 1990년 이후 가장 많은 원유를 보유 중이다.

▶원자재 슈퍼 사이클 막 내리나=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가 원자재 슈퍼 사이클에 죽음의 종소리가 울리는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금을 비롯한 원자재들은 지난 1999년부터 꾸준히 강세 국면을 지속했으나 최근 뚜렷한 가격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15일 금값 폭락과 함께 20년 이상 원자재 등 상품시장의 장기 호황을 의미하는 슈퍼 사이클이 막을 내렸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판단이다.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우려해 원자재 매도현상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특히 키프로스를 비롯한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경제위기에 직면한 국가들의 금 대량 매도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존재한다. 글로벌 자금의 원자재시장 이탈은 가속화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글로벌 원자재 수요를 중국이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원자재 가격 안정의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점진적인 상승세보다 일시적인 경기회복을 통한 고정투자사이클 회복으로 원자재가 안정을 꾀하는 단기 소순환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제는 더이상 금이 안정적인 자산이 아니며 금본위제의 위기론도 제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값 하락이 시사하는 바도 크다. 안정적인 원자재 가격도 이제 영원하지 않다. 따라서 단기간에 금값이 더욱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JP모간 내추럴 리소시스의 고객 포트폴리오 책임자 제임스 서튼은 마켓워치에 “금값이 1200달러대가 되면 금광도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자신은 금 투자를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고 밝혔다. 캐나다 WD 라티머의 트레이딩 책임자 로버트 리처드슨은 키프로스가 재정난 타개를 위해 이례적으로 보유금을 대거 매각기로 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것이 실행되기 시작하면 금값이 더욱 요동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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