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구리·유가 등도 동반 추락
일본 아베노믹스발 엔저에 따른 달러 강세와 중국 경제의 저성장 진입 등 여파로 지난 10년여간 지속돼온 국제 원자재 시장의 ‘슈퍼 사이클’이 막을 내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발 무차별적 통화완화 정책이 세계경제를 부풀리지 못하자, 오랫동안 쌓여온 원자재 거품이 꺼지면서 금에 몰렸던 투자자금이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온스(Ounce)당 금 가격은 9.3%, 140.30달러 급락했다. 6월물 금 가격은 1400달러 이하인 1355.8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1361.10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1980년 1월 22일(-17%) 이후 30여년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국제 금값은 지난 2011년 9월 최고가(1920달러)에 비해서는 29% 떨어졌다.
은 가격도 하루 동안 11% 하락한 2.97달러가 빠져 온스당 23.36달러로 거래됐고 이 역시 종가 기준 최근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백금은 4.3%, 구리 3.5%, 유가는 약 2.8% 떨어졌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02달러로 3% 하락해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금과 관련한 주식도 급락했다. 광산 주인 영국계 채굴회사 랜드골드리소시스(Randgold Resources)와 광구 탐지 회사인 킨크로스(Kincross) 등도 영향을 받았다. 금 기반 펀드 운용사인 SPDR 골드 셰어스(SPDR Gold Shares)와 마켓 벡터스 골드 마이너스(Market Vectors Gold Miners) 등도 주가가 하락했다.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2.58달러(2.8%) 내린 배럴당 88.71달러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올 들어 가장 낮은 것이다.
월가에서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경기침체와 엔저에 따른 달러화 강세 등이 금값 약세를 부추기는 새로운 요소로 지적됐다.
선진국의 양적완화발 인플레에 대한 시장 기대가 ‘피로감’을 보이는 것도 금값 장기 약세를 부추길 것이란 분석이다.
마렉스 스펙트론의 귀금속 거래 책임자 데이비드 고베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지금의 시장 분위기는 ‘금을 처분하라’라는 쪽으로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레디스위스, 소시에테제너럴 및 골드만삭스 등도 지난 몇 달 사이 ‘금 랠리가 끝났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금값이 온스당 1200달러대까지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극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