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경ㆍ이현정 기자] 대학생 김모(25) 씨는 중간고사를 준비하기 위해 도서관 4시간 이용권을 발급받았다. 하지만 이용권에 찍혀 있는 자리에 가보니 비어 있지 않고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자리 주인이나 도서관 측에 항의를 할까 생각도 했지만 조용한 도서관에서 주목 받고 싶진 않았다. 김 씨는 귀찮지만 그냥 다시 이용권을 뽑으러 갔다.
시험철을 맞아 대학교 도서관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도서관 빈 자리를 개인 지정석처럼 계속 맡아두고 쓰면서 민폐를 끼치는 ‘도서관 사석화’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이로 인한 학생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들은 강제 철거 등 강수를 띄우며 도서관 자리 지키기에 나섰다.
한국외대는 사전 통보 없이 사석을 불시 철거하기로 했다. 이전에는 1~2주 전 미리 공지한 후 철거를 진행했지만 사석화가 일시적으로만 줄어들었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아울러 철거물도 3~4일 보관하다 폐기하던 방식에서 즉시 폐기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같은 방침에 대해 학생들도 환영의 뜻을 보냈다. 외대 도서관 학생위원회가 지난 9~12일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찬반 투표에서 참여자의 80% 이상이 이 방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현(26) 외대 도서관 학생위원회 위원장은 “기존보다 강력한 제재를 통해 사석화 문화 자체를 없애고자 한다”며 “사석화하는 사람들보다 사석화 피해자들이 많기 때문에 찬성이 더 높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립대는 총학생회 차원에서 사석화를 단속한다. 올해 들어서만 4번의 철거를 실시했으며 최근 두 번은 사전 통보 없이 했다. 한로운(23ㆍ여) 시립대 총학생회 복지국장은 “공영 건물을 개인의 편의를 위해 사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사석 철거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제 철거는 실제로 사석화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시립대의 경우 올해 첫 철거 때는 200여개의 사석이 발견됐지만 최근 철거에서는 30여개로 감소했다.
경희대는 도서관 자치 위원회가 매달 사석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 24시간 개방 열람실은 특히 사석화가 심해 2주에 한 번씩 단속을 한다. 정성현(25) 경희대 도서관 자치위원회 위원은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사석화가 많이 줄어들었다”며 “의식 개선 캠페인도 함께 진행해 사석화를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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