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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흥시장 흔드는 ‘일본發 환율전쟁’
日자금, 이머징마켓 본격 유입前
글로벌유동성 시장 선점 경쟁
신흥국 통화가치 급등
MSCI 주가지수도 2.1% 상승
칠레·터키 등 대응책 착수



일본발 환율전쟁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행의 대대적 양적완화 이후 글로벌 유동성이 이머징마켓으로 향하고 있다. 고수익을 좇는 일본 자금이 신흥시장으로 본격 유입돼 랠리를 타기 전, 먼저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글로벌 자금이 발빠르게 유입된 탓이다. 해외 자본 유입으로 신흥국 통화가 강세를 보이자 해당국은 일본은행의 돈 살포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 신흥시장 이동 본격화?=글로벌펀드 분석회사 EPFR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일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발표 이후 글로벌 자금 4억3800만달러(한화 약 4900억원)가 이머징 마켓으로 유입됐다.

영국 소재 아델란테 애셋 매니지먼트의 줄리안 애덤스 최고 투자 책임자는 “이머징마켓 투자금으로 7990만달러를 운용하고 있다”며 “일본발 자금이 신흥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지난주 랜드화(남아프리카공화국 화폐) 표시 남아공 채권을 사들였다”고 밝혔다. 그는 “랜드화 가치가 일본은행 발표 이후 3.5% 상승했다”며 “우리는 남아공의 랜드화가 일본인이 좋아하는 통화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15일 “일본 투자금이 터키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신흥국으로 몰려 해당국의 통화, 주식, 채권 가치를 끌어올렸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글로벌 자금이 신흥시장으로 쏠린 이유에 대해 일본 자금이 신흥시장으로 유입돼 본격적인 랠리가 시작되기 전에 발빠르게 사들여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유동성은 이미 지난 3월 말부터 신흥시장에서 새 생명을 찾기 시작했다. MSCI 신흥시장주가지수는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 이전 5거래일 연속 하락하더니 일본은행의 결정 이후 2.1% 상승했다. 이에 신흥시장 정부와 기업들은 채권 발행을 늘리는 등 발빠르게 대응했다. 조사기관인 디아로직에 따르면 지난주에 발행된 달러표시 채권은 179억달러로 올 들어 주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흥시장 통화 변동성을 보여주는 MSCI 신흥시장통화지수도 지난 1분기 0.2% 하락했으나, 지난 8일부터 0.9% 반등했다.

▶환율전쟁 전면전 치닫나=3년 전 환율전쟁으로 곤혹을 치른 이머징 마켓 금융 당국자들은 일본발 자본 유입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이미 시장 개입 채비에 들어갔다.

터키 중앙은행 에뎀 바스시 총재는 “우리는 지나친 환율 변동을 원하지 않는다”며 “리라화 평가절상을 저지하기 위해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터키의 리라화는 일본은행 발표 이후 달러 대비 1% 평가절상됐다.

칠레의 펠리페 라레인 재무장관도 10일(현지시간) “선진국의 경쟁적인 통화가치 하락 조치가 새로운 형태의 보호 무역주의를 유발할 수 있다”며 “환율 변동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신흥국 중앙은행 총재와 만날 계획이다”고 말했다. 칠레의 페소화는 과거 중앙은행이 시장개입을 단행했던 수준에 근접할 만큼 가치가 급등했다.

이에 따라 오는 18일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G20) 재무장관 회의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미국과 신흥국은 일본은행의 엔저 유도 정책에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12일 발표한 ‘2013 국제경제 및 환율정책 반기 보고서’에서 “일본의 경제정책이 경기부양을 위한 것인지, 통화가치 약세를 위한 것인 신중하게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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