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시장 상황에 대한 전망이 기대했던 대로 나아지면’이라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FOMC 참석자들이 경기 진작책을 조기 축소 또는 종료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10일(현지시간) 연준은 지난 3월 19∼20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공개했다.
연준은 “노동 시장 전망이 지속적이고 확고하게 개선되면 FOMC가 다음 몇 차례 회의에 걸쳐 채권 매입 속도를 늦추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을 상당수 참석자가 개진했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 대다수가 양적완화(QEㆍquantitative easing) 등 유동성 확대를 통한 경기 진작책을 하반기부터 점차 줄이다가 연말에 종료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보였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경기 회복 기미가 완연한데다 실업률이 꾸준히 낮아지는 점을 들어 인플레이션 부담을 줄이고자 양적 완화 규모를 축소하거나 시중에 푼 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연준은 지난달 FOMC 회의에서 아직 실업률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등 미국 경기 상황이 확실하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매달 850억달러 규모의 국채 및 모기지채권 등을 사들임으로써 시중에 돈을 푸는 기존 정책을 유지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3월 FOMC 회의에서 이같은 정책의 수정안이 제시된 것이다. 이를 두고 3월 회의는 같은 달 고용 지표가 나오기 전에 한 회의여서 당분간은 경기 진작책을 지속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3월 전국 평균 실업률은 7.6%로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치지만, 일자리는 8만8천개 늘어나는데 그쳤다.
신규 일자리 창출은 9개월 만에 최저치이고 시장 예측치(19만∼20만개 증가)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2월 수정치(26만8000개)와 비교해도 18만개나 줄었다. 회복 기미를 보이던 미국 고용 상황에 다시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일자리가 많이 늘지 않았음에도 실업률이 떨어진 것은 실업자들이 아예 일자리를 찾는 것을 포기해 구직자까지 포함하는 전체 노동력에서 떨어져 나갔기 때문.
이로 인해 경제 인구가 49만6000명 줄고 경제 활동 참가율도 63.3%로 1979년 5월이래 최저치로 추락했다.
미국 정치권이 연초 재정 절벽(fiscal cliff) 협상을 타결하면서 봉급 생활자의 소득세를 2% 상향 조정해 고용주 부담이 늘어난 데다 지난달 1일 발동한 연방 정부의 예산 자동 삭감, 이른바 시퀘스터(sequester)로 인해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연초에 회복 기미를 보이던 미국 고용 상황이 다시 뒷걸음질치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매달 25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겨야 실업률을 상당한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벤 버냉키 의장도 최근 연설에서 “지금 미국 경제는 4년 전보다 훨씬 튼튼해졌지만 우리가 모두 좋아할 상황과는 확실하게 거리가 멀다”고 전제했다.
한편 이날 의사록은 관례나 예고대로 오후 2시(미국 동부시간 기준) 나오지 않고 오전 9시 갑작스럽게 발표됐다.
연준의 실수로 전날 오후 2시께 의회 직원 100명과 업계 로비스트 등에게 먼저 배포됨으로써 시장에 혼선을 주는 것을 막고자 시간을 앞당겨 내놓은 것이다.
연준 내부 감사와 금융 규제ㆍ당국은 이번 유출 사건을 조사해 연준 직원이 고의로 자료를 건넸는지, 자료가 넘어간 이후 실제 거래가 이뤄졌는지 등을 파악할 방침이다.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나 영향을 고려해 매우 신중하게 처신하는 것으로 알려진 연준은 이번 해프닝으로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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