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5개국, 비밀은행계좌 정보교환 ‘파일럿 프로젝트’추진…룩셈부르크·오스트리아는 불참
유럽연합(EU) 5개국이 힘을 모아 세금 회피자들을 억제하고 통제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세금을 피해 해외에 자금을 은닉하는 세금 회피자들이 설 수 있는 땅은 점점 좁아질 전망이다.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EU 5개국은 해외 비밀은행계좌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상호간에 더 많은 정보를 교환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AFP통신은 유럽연합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의 문건 사본을 입수해 그 내용을 공개하며 EU 5개국이 다자간 정보교환기구 설립 작업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EU 집행위원회는 EU에 보내는 서신에서 “(기구 설립으로) 세금 회피자들의 세금 회피를 포기하게 하고 이들을 잡는 것을 돕는 일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이 같은 다자간 조약이 더 확대되는 사례가 되길 바란다”며 다른 EU 국가들의 프로젝트 참여를 독려했다.
또한 서신에서는 “모든 EU 가입국들이 유럽 내 세금정보 교환 절차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협의를 이어가길 바란다”고 서술했으며, 지난 2011년 합의한 “의무적으로 정보를 교환한다”는 지시에 대한 진전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5개국이 동의한 이 기구는 지난 2010년 미국에서 제정된 ‘외국계좌세금준수법(Foreign Account Tax Compl iance Act)’의 영향을 받았다. 외국계좌세금준수법은 모든 미국인들의 해외 계좌를 신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외국 은행과 금융기관들이 미국인 계좌 소유자들의 잔고와 영수증, 입출금 내역을 미국 재무성 등 조세 당국에 보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알기르다스 세메타 EU 세제담당 집행위원은 이 같은 움직임을 환영하면서 “자동적인 정보교환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이라며 “정보교환의 범위를 넓히고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에는 오스트리아와 대표적 조세피난처로 꼽히는 룩셈부르크 등은 참가하지 않았다. 룩셈부르크는 최근 국제사회의 탈세 규제 움직임에 은행 영업 투명성을 강화하고 외국 조세당국과의 협력도 이어나가겠다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오스트리아는 은행 비밀주의를 고수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유로존은 최근 들어 늘고 있는 거물급 조세 회피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최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재산을 은닉한 인사들을 공개하면서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여기에는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대선 재정 공동책임자였던 장 자크 아우기어, 러시아의 이고리 슈발로프 제1부총리의 부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 발레리 골루베프 가즈프롬 부회장,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전 부인 포자만 나폼베지라, 헤지펀드의 거물 라지 라자라트남 등의 이름들이 거론됐다.
BNP파리바, 크레디아그리콜, 도이체방크 등 대표적인 은행들이 이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