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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신율> 대북특사 파견 논란
北 도발 유형 과거와는 달라
우리가 보내는 특사 효과 없어
정치권은 소모적 논쟁 끝내고
美고위층 파견 총력 기울여야



우리나라 정치권의 가장 고질적인 특징은 의견의 일치를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여야는 물론이고 같은 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게 이제는 일상화해버렸다는 느낌이다. 물론 민주주의 체제 아래서는 의견의 일치보다는 의견의 다양함이 정상이라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제멋대로 의견이 갈리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가 하는 부분이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는 그렇다 치더라도, 일촉즉발인 한반도 위기 대처의 핵심이자 본질인 대북특사 파견을 두고 이전투구하는 건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다. 위기 때는 여야 없이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하는데 여야는 핵심마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아 정말 안타깝다.

야당은 당장 대북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면서 박지원 의원이나 심지어 문성근 전 대표 권한대행의 이름까지 들먹이고 있다. 도무지 야당이 위기의 원인을 무엇으로 규정하는지 궁금해진다. 북한은 개성공단 잠정폐쇄를 통해 한반도의 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에 대한 핵공격 위협을 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대한민국보다는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은 영변 5㎿급 원자로 재가동을 천명했는데, 이는 결국 6자회담을 무력화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성사시키려는 노림수다. 즉,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통해 평화협정을 체결해 체제 안전을 보장받는 것과 동시에 핵보유국의 지위를 누리면서 경제회생을 위한 차관 도입 등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라는 말이다.

특히 지금까지도 불안한 김정은 정권의 정통성을 대미관계 회복과 경제회생을 통해 얻으려는 “절박한 전략”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 정황을 종합하면 우리가 북한에 특사를 보내도 그 약발은 전혀 먹혀들지 않을 확률이 높다. 북한이 우리에게 얻을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우리에게 식량지원을 바란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일부 대북 소식통에 의하면 작년 북한의 작황이 약 450만t 정도여서 북한 주민이 배불리 먹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굶어죽을 정도도 아니라고 한다. 식량을 구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북한은 평화협정 당사자를 우리가 아닌 미국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판에 우리에게 뭔가를 요구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특사를 보내봤자 체면만 구기고 긴장 완화에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대북특사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우리가 보내는 특사보다는 미국이 보내는 특사가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1994년 북핵위기 때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해 파국을 넘겼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정치권은 대북특사 논쟁만 하지 말고 오히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권을 받은 고위층을 하루빨리 북한에 보내도록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물론 여기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포함되지 않는다. 반 총장을 미국 대통령을 대신하는 사람으로 보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지금 이런 특사 선택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작금의 상황이 과거 도발 유형과는 분명히 다르고, 그래서 매우 위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거의 유일한 외화 유입 경로여서 절대 포기 못할 것이라던 개성공단마저 잠정폐쇄하는 것을 보면 지금 북한의 태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것이 개인적 판단이다. 지금이라도 정치권은 합심해서 미국이 나서 북한을 설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이들의 잠자는 이성을 하루빨리 깨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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