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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록〈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美 국채매입 절반으로 줄여라”
라이더 “시장왜곡·인플레 위기 가중”
버냉키는 “美경제 갈길 멀다” 재반박




‘돈 그만 풀라.’

미국 경기 회복을 위해 무차별 ‘달러 살포’에 나서는 양적 완화(QE)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잇따라 감지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적으로 매월 450억달러, 총 85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사들이는 ‘QE3’를 진행 중이지만, 고용 증가 등 경기 회복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심각한 왜곡 현상이 초래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벤 버냉키 Fed 의장은 8일(현지시간) 조지아 주에서 한 연설에서 “미국 경제 회복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혀 당분간 QE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시사해 출구 전략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 릭 라이더는 미 당국의 채권투자액을 향후 절반 가까이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미 정부는 채권이나 모기지담보증권 발행량의 3분의 2를 매월 850억달러를 들여 사고 있다”며 “앞으로 이 비용은 400억~450억달러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이더는 현재 블랙록에서 7630억달러 상당의 채권투자를 책임지고 있다. 그의 주장을 미 당국이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그에 따르면 QE로 인해 시장이 왜곡되고 인플레이션 위기도 가중됐다.

그는 “Fed가 그동안 펼쳐온 정책은 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자본 분배에 심각한 왜곡 현상을 초래했다”며 “Fed의 QE 조치는 한 마디로 ‘크고 무딘 해머’에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Fed의 채권투자가 현실에 정교하게 맞아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블랙록은 최근 수년간 정부의 재정 적자 정책에 대해 옹호해왔다. 그러나 라이더의 발언으로 미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입장으로 돌아서게 됐다.

FT는 블랙록이 지난 몇년은 Fed의 초완화 기조를 지지해왔음을 상기시키면서, 이런 입장 선회가 채권 시장의 불안한 앞날을 더욱 걱정하게 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라이더의 경고는 자산운용사들이 고객에게 장기 채권보다 금리 인상에 덜 민감한 상품에 투자하도록 권고하기 시작한 것과 때를 같이한다고 FT는 지적했다.

FT는 버냉키 의장과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장이 미국 경제가 충분한 기반을 다지고 나서 채권 매입을 줄이겠다고 최근 언급한 데 대해 라이더는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라이더는 시장 왜곡 때문에 미 국채 수익률이 ‘정상’ 때보다 약 100베이시스포인트(1bp=0.01%) 낮은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금리가 정상화되면 채권투자자 손실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잇단 비판 여론에도, 버냉키 의장은 당분간 출구 전략은 없을 것이란 신호를 시장에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8일 조지아 주에서 한 연설에서 “지금 미국 경제는 4년 전보다 훨씬 튼튼해졌지만 우리 모두가 좋아할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그의 이번 발언은 미국 Fed가 QE의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고 월가 일각에서 전망하는 가운데 나왔다.

Fed는 매월 850억달러의 채권을 사들여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는 3차 QE 조치를 당분간 지속한다고 지난달 밝혔다.

버냉키 의장도 지난달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아직 실업률이 7.6%로 여전히 높다면서, 당분간 QE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0일에 공개될, 지난달 Fed의 FOMC 의사록도 부양 기조 유지와 QE 조기 축소 등에 대한 힌트가 제시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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