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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월요광장/중국통 살아있나?
강 우 현(상상디자이너/남이섬 대표)




중국의 국교가 열린 지도 20년이 넘었다. 매년 100만명 남짓하던 중국인 관광객이 작년엔 400만명에 육박했다. 일본인 관광객이 국내 경제 여파로 주춤하는 사이 중국인 관광객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 하지만 우리나라는 중국과 일본 그리고 동남아 관광객이 주류를 이루는 아시아 관광지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만일 중국인 관광객만으로 1000만명을 돌파하게 된다면 과연 그것이 우리에게 약이 될까, 독이 될까? 중국 자본이 제주도 땅을 지금보다 더 많이 매입해 중국인 전용 관광지로 개발한다면 그것이 우리 몫일까, 중국 몫일까? 값싼 여행비로 한국에 들어온 이들이 명동ㆍ남대문ㆍ백화점까지 싹쓸이해가는 보도를 접하다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중국인 관광객의 수적 불균형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문화소통이 중국통이다.
아름다운 동방의 나라, 우리나라엔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는 찬란한 역사문화와 전통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지방에서는 눈을 씻고도 외국인 관광객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죽하면 외국인 관광객을 ‘모셔오면’ 얼마씩 공식적인 커미션을 지불한다고 할까. 커미션이 없이도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무엇보다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먼 곳에서 친구가 찾아오거나 친구를 초대해서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계, 외국인 2000만 시대를 준비하는 자세가 아닌가 싶다. 관광 마케팅이다, 팸투어다 하면서 헛돈이나 쓰는 기술적 접근도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우리는 주중 한국대사를 임명할 때 ‘중국통’이라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통? 권력층과 가까운 것만으로 중국통이라 할 수 있을까. 공식적인 관계만으로는 국가 간 관계가 서먹해져 있을 때 비빌 언덕도 없다. 오히려 수십년간 우정을 유지해온 민간인보다 나을 게 없다.
몇 년 전까지 한국관광공사 베이징 지사장을 지낸 안용훈 씨의 경우 중국통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권력가는 아니지만 문화ㆍ예술ㆍ관광과 정부 관계자까지 두루 관계를 유지해온 사람이다. 한 마디로 ‘친구’가 많은 사람이다.
중국 베이징에서 한 시간 쯤 떨어진 ‘롱칭샤(龍慶峽)’의 주얀 회장은 한국을 잘 알지는 못해도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다. 일부러 한국음식점을 만들고 김치며, 한식 숙소까지 만들어놓았다. 매년 몇 차례씩 한국을 찾아 전국을 다니며 한국을 배우려고 하는 고위층이다. 부사장을 한국에 보내 ‘한중문화우호협회’를 만들어 한ㆍ중 간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고 있다.
엊그제 남이섬에서는 중국의 국민배우로 널리 알려져 있는 장쿤(姜昆)이 중국말로 공연을 했다. 중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한국인도 덩달아 즐거워했다. 한국의 퓨전국악팀 카타가 환영 공연을 했다. 한ㆍ중 합작무대가 즉석에서 만들어졌다. 동남아인조차 그의 공연장 앞에서 수백명이 박수를 치며 흥겨워하는 모습, 문화소통의 시대를 절감케 하는 순간이었다.

한국식 ‘만만디’로 풀자
일본 후쿠시마에 지진이 났을 때 수많은 한국인이 성금으로 도왔다. 일본인은 감사의 눈물편지를 보내왔다. 그 후 독도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일본 경제가 휘청거리는 사이 관광객은 다시 줄었다. 감정은 기묘하게도 싸늘해져버렸다.
서울에만 수백 개의 중국음식점이 있다. 그런데 중국인은 ‘중국음식이 아니다’고 고개를 젓는다. 남이섬에 정통 중국음식점을 만들었다. 중국인은 좋아하지만 한국인은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외면한다. 당연히 적자일 수밖에 없다. 적자를 메우려고 입맛을 바꿀 것인가, 아니면 정통을 고수할 것인가. 후자가 맞다. 당면한 이익보다는 마음을 얻는 관계, 쇼핑객에게 아첨하며 한 푼이라도 당장 더 버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몇 년이라도 내다보는 ‘돈독한 관계’를 만드는 여유, ‘한국식 만만디’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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