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엔저 가속에 독일,중국,한국 등 강력 반발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일본 아베정권의 공격적인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글로벌경기부양을 위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급속한 엔저로 인한 자국 제품의 가격경쟁력 저하가 발등의 불이 된 독일과 중국, 한국 등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오는 11일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각국 중앙은행발 환율전쟁이 본격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 차례나 양적완화를 실시했던 미국은 일본의 엔화약세정책을 눈감아주는 모양새다. 이는 앞으로 엔저를 용인하면서 자국의 경기회복에 이용하겠다는 전략적인 판단으로 풀이된다.
8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재닛 옐런 부의장은 7일(현지시간) 최근 일본은행이 발표한 양적완화정책을 ‘최선의 대책’이라고 평하면서 두둔했다. 그는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이 성공한다면 세계 경제를 자극해 미국에도 혜택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옐런 부의장의 발언은 엔화약세로 인해 달러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안정된다면 미국이 정책도구를 따로 사용하지 않고도 경제적인 이익을 거둘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일본 엔화약세 정책을 적극적으로 막기보다는 이를 경기회복에 이용하겠다는 의사를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미국 정부로서는 엔화약세를 용인한다면 달러화의 강세기조를 유지할 수 있어, 금리와 물가가 안정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같은 통화정책은 글로벌 경기 악화로 수출효과가 국한된 상황에서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데도 도움이 된다. 미국 경기 회복의 원동력은 건설과 주택 경기, 소비 등 내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엔화약세를 이용한 달러화 강세는 미국의 경기회복 패턴에도 잘 부합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7일 중국 보아오포럼에서 “일본의 과감한 통화완화정책이 선진국 경제에 이어 세계 경제를 떠받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옹호했다. 이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조치가 세계 경제를 되살리는데도 긍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얘기다.
유럽 1위 경제대국 독일의 입장은 확연히 다르다. 독일은 그동안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에 대해 우려감을 수차례 표명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인위적인 시장개입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전세계 시장 내 과도한 유동성은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잘못된 이해 때문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유럽 내 각국 입장이 엇갈려 구체적인 방어행위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4일 통화정책회의 직후 구두개입에 나섰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최근 유로화 강세로 인해 유럽 경제가 하강 리스크를 안고 있다”며 “환율시장을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상황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그동안 신중하던 ECB의 입장 선회를 내비치는 대목이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